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전례 Q & A

  1. 교회력의 축일 기념은 항상 혼란스럽다. 그래서 기도서는 교회력과 축일에 대한 일러두기를 마련하여 그에 따르도록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표현이 모호해서 여전히 알쏭달쏭한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살펴서, 한국 성공회 서울교구는 주교의 명의로 "추석 명절 예전 안내의 건"이라는 공문(2012년 9월 7일 자)을 "전 성직자와 교역자"에게 보냈다고 짐작한다. 2012년 9월 30일이 주일이고 추석 명절과 겹쳐서 이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혼란을 줄이려는 지침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 9월 30일 성찬례는 성서정과표 연중 26주일 성서 본문 사용
    2. 성찬례 전례 색깔은 녹색
    3. 본기도는 연중 26주일 본기도를 먼저 사용하고, 이어 추석 명절 본기도 혹은 별세자 본기도 사용.
    4.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서 별세자를 위한 기도 가능.
    5. 주일 1부 혹은 2부 성찬례를 이미 드린 경우, 따로 추석 명절 별세기념성찬례를 드릴 수 있다.

    그런데 <<성공회 기도서>>(2004) 28~29쪽을 보면 이 지침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추석 명절"을 "연중 주일"에 우선하여 지키느냐, 혹은 연중 주일을 따르고 기념을 하느냐는 것이다. 서울 교구의 지침은 후자, 즉 연중주일을 따르고 추석 명절은 기념하는 것으로 들린다.

    한편 <<기도서>>는 '추수감사주일'을 '연중주일'보다는 우선하고, 절기 주일에는 기념하거나 이동하는 축일로 제시했다. 물론 세계 성공회 어느 기도서에도 추수감사일(미국)은 있을지언정, 추수감사 주일은 없다. 어쨌든 이것이 한국 그리스도교(이 경우 개신교)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으니 이를 수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추수감사주일과 추석 명절을 같이 하자는 의견이 대두한 적이 있었으나, 그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그런데 교구 공문의 지침대로라면, 우리 전통 명절인 "추석 명절"은 외래의 "추수 감사절"보다 더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일은 또 있다. <기도서>는 '특별한 예외'로 "설 명절"을 다른 축일이나 '절기 축일'인 '사순 주일'보다 우선하여 지키도록 명시하고 있다(29쪽). "설 명절"과 "추석 명절"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가 보기로는 두 명절은 동급이다. 그런데 "추석 명절"이 "연중" 혹은 "절기" 주일과 겹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이런 공문 안내를 냈으리라 짐작하는데, 그 안내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서 우리는 매 성찬례마다 별세한 자를 위해 기도한다. 그러니 안내문에 있는 "별세자를 위한 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표현은 필요 없다. 굳이 안내를 한다면, "별세자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기도를 바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서울 교구의 "추석 명절" 안내는 적절하지 않다. 이런 안내가 더 낫지 않을까?

    1. 9월 30일은 연중(보통)주일과 추석 명절이 겹치므로, 추석 명절을 우선하여 드리며, 추석 명절에 맞는 본기도와 성서 본문을 선택한다.
    2. 전례 색깔은 기도서의 지침대로 백색을 사용한다.
    3.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서는 별세자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기도를 바칠 수 있다.

    여러분의 의견과 토론을 기대한다.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12년 9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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