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전례 예복 유감 - 성직자 순행을 보면서

    1. 캐석-앨브 일체형의 유행
    2. 성공회 전례복의 기본
    3. 성찬례 집전 예복과 기본 예복의 혼동
    4. 전례 예복 착용에서 고려할 점: 일치의 상징과 단순성의 미학
    5. 경우에 따른 착용 방식 제안

    이번 서울교구장 승좌식의 성직자 순행에서 보이는 예복 착용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를 계기 삼아, 어떤 기본적인 원칙들이 아래에 흘러야 할지, 또 현실적인 형편은 무엇인지를 살펴 보았으면 합니다.

    물론, 전례 예복 착용 관습에 대해서 획일적인 지침을 내려 놓을 순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개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진행될 때는 그 공동체와 그 전례의 맥락에 따라 정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구 전체가 움직이는 전례에서 전례 예복 착용에는 고려할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와 전혀 다르지 않게, 이번에도 여전히 우리 성공회 성직자들의 예복 착용은 개성의 표현인지, 다양성의 표출인지, 천차만별의 패션쇼를 방불케 합니다. 외국 손님들이야 차치하고 우리 사정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캐석-앨브 일체형의 유행

    언제부터인지 한국성공회에서는 캐석-앨브(cassock-alb)라 불리는, 백색 예복(변형 장백의)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캐석에 장백의를 덧입는 것을 통합시켜서 만든 것입니다. 아마 최근 서양물 먹으신 분들이 수입해서 도입되었거나, 이미 한국에서는 천주교를 통해서 널리 퍼진 까닭이라고 봅니다.

    편리하기는 하나 아귀가 맞지 않는 구석이 많습니다. 현대화된 이 일체형 예복은 그 기원대로, 캐석과 장백의의 축약형이니, 기본적으로 제의를 입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제의를 그 위에 입을 처지에 맞는 예복이라는 말입니다. 천주교에서는 이를 더 확대시켜, 소규모 성찬례나 간소한 성사 예식을 진행할 때, 이 예복을 입고, 서품식과 같이 집전자로 참여하지 않은 성직자 순행에서도 입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천주교의 영대도 이러한 관행에 맞추어 넓고 뒷목을 내려뜨리는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물론 천주교의 영대 형태의 이런 변행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그런 처지에서 보면, 일체형 예복에 우리의 좁고 가는 영대가 그리 썩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위로 미루어 판단하건데, 이는 어쨌든 귀찮은 것 싫어하는 최근 서구 교회의 영향을 적절히 수입한 것이거나, 천주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착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때문에 우리 성공회 안에서도 급속히 퍼진 것 같습니다.

    성공회 전례복의 기본: 캐석 + 중백의

    뭐, 에큐메니칼 시대에 같이 입는 것 어떠냐 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성공회도 다른 교단 못지 않게 우리 예복을 발전시켜왔으니 그것이나 헤아려 보면서, 남의 것도 꿔서 입든지 말든지 할 일입니다.

    종교개혁 이후로, 영국 성공회나 다른 나라 성공회에 정착하게 된 성공회의 예복의 기본은 캐석과 중백의(surplice)입니다 (물론 그 형태는 다양했고, 이를 두고 논란도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검은 캐석과 하얀 중백의의 조화는 매우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우리 교회 전통에 널리 살아 남았습니다.

    한국성공회에서는 중백의가 이상하게 소백의(cotta)로 교체되거나 오해되어 널리 사용된 점이 없지 않았지만, 기본 내력은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 내력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 아마도 편리하다는 이유? - 최근 급격히 사라지고 있지요.

    성찬례 집전 예복과 기본 예복의 혼동

    어떤 분들은, 캐석에 장백의를 하고, 띠를 두르고, 영대를 한 처지에서, 제의만 입지 않은 모양을 기본으로 하여 순행에도 참석합니다. 그러나 이 복장은 제의를 입을 것을 염두한 준비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이 처지에서 성직자 순행의 현 복장들은 이렇습니다.

    * 캐석-앨브 일체형 예복 + 폭이 좁고, 목에서 바로 내려지는 영대 (전통적인 수녀원 영대)
    * 캐석-앨브 일체형 예복 + 천주교에서 예쁘다고 사서 착용하는 폭넓은 영대
    * 캐석 + 소백의(cotta) + 영대 (다양한 형태) - 주로 젊은 성직자들
    * 캐석 + 중백의 (surplice) + 영대 (다양한 형태) - 주로 연세든 성직자들
    * 캐석 + 장백의 + 띠 + 영대
    * 기타 각양각색의 일체형 예복들 + 영대(다양한 형태)
    * 캐석-앨브 일체형 예복 + 영대 (사실 속은 모름) + 검은 망토 (추워서?)
    * 기타 캐석의 색깔마저 복잡다단해져가는 것도 발견됩니다.

    전례 예복은 왜 입는가?

    다양한 이유와 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 획일적인 적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두가지 이유에서 저는 성공회가 대체로 발전시켜 정착시켜 온 방식을 선호합니다. 즉, 성직자단이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에서는 "캐석+중백의+영대"를 기본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기본으로 하자는 것이니 몇몇이 새로 살 돈이 없어서, 혹은 곧 죽어도 안되겠다고 하는 예외가 없을 순 없겠습니다만.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첫째는 일치의 상징입니다. 예복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밖으로 들어나는 이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특별히 성직자들의 순행은 성직자단의 일치를 염두하고 이를 시위하기 위한 방식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사제는 하나라는 것이지요. 물론 다양한 하나이니, 그 다양성을 한껏 뽐내는 것도 좋겠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하나인 "성직"에 우선성이 있습니다. 개성 만점인 성직자가 있겠으나, 사제는 개성 없는 인간으로 부름받았습니다. 그래서 검은 옷을 입습니다. 다만 사제의 개성과 다양성은 개별 공동체 안에서, 그 공동체와 함께 드러나고, 그렇게 드러내면 됩니다. 돌아가서 말하자면, 성직자 순행의 우선적인 의미는 다양성이라기 보다는 성직자들의 일치성입니다.

    둘째는 단순성의 미적 감각입니다. 이는 매우 주관적 판단입니다만, 전례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나, 전례 행사의 어떤 미적 감각을 고민하는 처지에서 보면, 우리 성공회의 기본적 전례복인 "검은 캐석+하얀 중백의"는 전례복에서 가장 단아한 최고의 미를 드러냅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갈고 닦여지고, 또 검증받은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최고의 미는 "단순성의 미"이고, 그 색깔은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한국 불교는 그걸 합쳐서 "회색"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 최고의 미를 향유하고 드높이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라는 사항

    그러므로 우리 성공회 안에서, 특히 한국 성공회 안에서 기본이 되는 성공회 예복 복장은 이랬으면 합니다.

    성찬례 집전:

    1) 전통적 적용: 캐석+장백의+띠+영대+제의
    2) 상황적 적용: 캐석 + 중백의 (혹은 일체형 예복 + (띠) )+영대+(제의) - 상황에 따라

    기타 성사 집전:

    1) 전통적 적용: 캐석+중백의+영대 (경우에 따라 대례복)
    2) 상황적 적용: 일체형 예복 + 영대 (경우에 따라 대례복)

    성직자단 참여의 공동체 행사와 성직자 순행:

    캐석(검은)+중백의(흰)+영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9년 1월 17일 #
  2. ssyu1
    회원

    성직자 순행을 하면서 저도 매번 느낀바이지만, 참으로 다양한 예복형태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앨브캐석도 종류가 여러가지여서 각자의 개성에 따라 선호하는 예복이 다른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말씀하신대로 영대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앨브캐석에 대한 거리낌은 없었습니다. 그저 선호하는 방식이 틀리기때문에 형태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전 성직자 전체순행을 하기전에 예복을 갈아입는 대기실에서 한 신부님이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와, 예복 참 가지각색이네, 정말 성공회답다. 껄껄껄~" 물론 가볍게 이야기 하셨지만 그 말씀을 들었을때, 저는 제가 입고 있는 앨브캐석을 다시한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것 역시 보통 천주교에서 만들어낸 앨브캐석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의 생각을 지배한 것은 '다양성'이 아닌 '일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성직자의 모든 예복이 동일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반대를 합니다. 설령, 그것이 주신부님 말씀대로 성직자의 일치를 드러내야 하는 전체 순행이라 할지라도 모든 성직자가 똑같은 형태의 예복을 입는 것에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물론 성직자의 순행이 일치를 드러내는 상징이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일치를 표현하는 것이 예복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예복문제와 더불어 성직자들의 순행자세 역시 가지각색입니다. 어떤 이들은 손을 모으고, 어떤 이들은 깍지를 끼며, 어떤 이들은 손을 흔들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순행 하는 중에 회중석의 교우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며 말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다양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주신부님 말씀처럼 '일치'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예복의 문제와 더불어 다른 모든 것들에 있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린 안에서 성공회의 전례복 전통에 대한 이해와 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례복에 대한 아무런 생각과 이해 없이 단지 멋스러움만으로 또는 개인의 개성만으로 예복의 스타일을 각자가 정하는 것은 성직자단의 '일치'문제를 너무도 소흘히 여긴것이며, 그것은 '다양성'과도 거리가 먼 방식일 것입니다.

    저부터가 바로잡아야 할 대상임을 깨닫습니다. 사제서품식때 입었던 몇 겹의 예복을 단 한 벌로 해결해보려는 생각으로 특이한 앨브캐석 한 벌을 주문했던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입고 있는 그 예복을 벗어버릴 수는 없겠지요. 어쨋거나 저에게는 한 벌밖에 없는 앨브캐석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도 들었고요... 그렇지만 조만간에 중백의를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리함에 구속되어 있다보니 계속 미뤄 왔습니다.

    그런데, 성공회 중백의는 어디서 구하나요? 수녀원?

    2009년 1월 21일 #
  3. ssyu1
    회원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집전자의 예복에서 '제의'는 상황에 따라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앨브캐석에 띠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개인의 취향 문제인가요?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인가요?

    캐석과 중백의에는 폭 넓은 영대가 썩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면 앨브캐석에는 잘 어울립니다. 반대로 폭이 좁은 영대(이것이 성공회 전통인가요?)는 앨브캐석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거기에 다양한 영대의 형태까지 존재합니다. 적절한 영대의 사용이란 무엇입니까?

    2009년 1월 21일 #
  4. ssyu1 님, 고민스러운 지적 고맙습니다. 다양성과 일치,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좀더 이야기가 지펴지길 바래서, 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뒤에 질문하신 것에만 제 생각을 덧붙이면 이렇습니다.

    1. 중백의를 어디서 구하느냐고요? - 예, 수녀원에 가서 부탁하면 됩니다. 참 곱게 잘 만드십니다.

    2. 제의를 입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 제의 착용은 성공회 역사 내내 논란이 되었던 것이었으나, 19세기 전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런 운동의 여파(옥스퍼드 운동, 의례주의 운동 등)로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게다가 20세기 들어와서 전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널리 퍼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제의 착용은 그 공동체의 전통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드리는 미사나, 야외에서 드리는 미사 등, 전례 환경이 다를 때는 제의 없이 일체형 캐석-앨브에 영대를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3. 캐석-앨브에 띠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캐석-앨브의 형태에 따라 띠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 예복의 모양과 처지에 따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제의를 위에 입을 때는 띠를 하고, 제의를 입지 않을 때는 안합니다.

    4. 영대의 종류 - 이미 첫 글에서 언급한 바입니다. 폭이 넓고, 목 뒤로 넘어가는 영대(천주교에서 많이쓰는)는 대체로, 제의를 입지 않고 일체형 예복(캐석-앨브)만을 착용하는 것에 맞춰진 개량형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천주교의 한 관습에는 영대를 제의 위에 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특히 사순절 - 이 때 영대를 돋보이게 하려고 폭이 넓은 영대를 씁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우리의 폭 좁은 영대는 어디에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일체형 예복에는 잘 안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만, 그건 주관적인 시각이고, 개인 취향이이겠지요.

    영대는 다양할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성직자 순행에서는 캐석-중백의로 일치를 보이고, 개인의 개성(혹은 전체의 다양성)은 영대로 하면, 하나의 타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9년 1월 21일 #
  5. 오랫만에 명쾌한 글을 읽고 돌아갑니다. 주낙현 신부님 글은 언제나 시원한 답을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진리를 따라서..
    2009년 1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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