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역시 2년전에 서울교구 성직자 포럼에 올렸던 글입니다. 뭐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셨는데, 토론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서? 혹은 너무 엉뚱한 이야기여서? 하긴 호칭이야 자기 불리고 싶은대로 불리면 되니까?)

    한달쯤 늦긴 하지만 바다건너까지 날아오는 성공회 신문이나, 이메일 공문, 그리고 이곳 게시판에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색다른 용법이 눈에 띄더군요. 이미 성공회 신학에 정통하시다고 자부하시는 평신도 노학자의 의견도 있었고, 몇몇 신부님들의 옹호의 글도 실렸고, 또 어느 주교님을 통해서 좀더 도전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한 것이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서 설득력과 세력을 얻고 있는 듯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성공회 성직자 호칭 문제입니다. 그 안에 있는 신화는 신화대로, 용법의 오류는 오류대로 지적하고,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제안도 해보고 여러분의 의견도 들어보려는 것이지요.

    호칭 혼란의 원인

    한국성공회에서 성직자 호칭 문제에 대한 작은 “혼란”은 두 가지 견해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여성사제가 나온 이상, 분명하게 남성을 호칭하는 용어인 “신부”(神父)라는 호칭을 일반화하기 어색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회가 엄연히 개신교인데 왜 천주교 용어인 “신부”를 사용하느냐, 아예 “목사”라고 부르자는 얼핏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역시나 생뚱 맞은 주장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신부"의 기원

    어떤 분들은 성공회가 성직자를 “신부”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성공회 초기 고교회 경향의 선교사들이 천주교의 용어를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이고, 이는 이전에 성공회 안에서 옥스퍼드 운동을 통해서 확대된 흔적일 뿐 역사도 별로 깊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런가요? 영국기도서 1662년을 대체로 번역하고 있는 1965년 공도문은 실제로 주교에 대한 호칭을 “사부”라고 말하는데, 이는 “Reverend Father”의 번역어입니다. 성직자에 대한 일반 호칭으로서 성직의 직위 고하를 떠나서 대체로 “Father”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교회의 내에서 사용한 “호칭”으로서 “신부”라는 표현은 그리 어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천주교에 굳이 혐의를 둘 일도 아니지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면 몰라도, 우리에게도 그런 전통이 있다면 다른 형제 교단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굳이 나쁠 일은 없습니다.

    여성 사제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사실 문제는 정작 여성 사제를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별로 분명하지도 않게 역사가 어땠네, 성공회가 개신교이네 하면서 둘러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사제를 남성 용어인 “신부”로 부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요즘 갑자기 “아무개 사제”라는 표현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쪼잔하게 시비를 거는 것은 이런 용법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예 “주교” “사제” “부제”와 같은 성직 고하의 직위를 표현하는 “명칭”이 “호칭”으로 사용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사실 “신부”는 모든 성직자에게 통용되는 “호칭”입니다. 직위 명칭과 호칭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성공회가 무슨 구세군 같은 군대 조직도 아닌데 군대상 상하 서열 관계의 직위명을 붙여서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구세군처럼 아예 그런 전통이라면 몰라도, 성공회는 내내 이런 직위를 호칭으로 삼는 전통을 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구에게든 “신부”면 족하지, 사제에게만 통칭으로 신부라고 부르고, 주교는 그 높은 직위를 우러른다는 심리로 주교로 달리 부르고, 부제는 아직 사제가 아닌 것을 굳이 구분하려고 부제로 부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정작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면 주교-사제-부제라는 번역어에 담긴 권위주의를 집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여성사제는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예전에 제 홈페이지에서도 몇번 언급한 적이 있고, 여러 신부님과 함께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사용하는 “신부”라는 호칭을 내내 여성사제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여성이 남성이 됩니까? 대책은 있습니다. 최소한 성공회 용법상의 “신부”의 “부”는 아비 부(父)가 아니라 어버이 부(父母)라고 우기면 되기 때문이죠. 어머니날에 아버지들이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우리는 없던 “어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남성 사제들에 대해서 “신부”라고 부르면서, 여성사제들은 또 “사제”라고 구별해서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호칭과 달리 서열구조를 표현하는 주교-사제-부제를 호칭으로 부르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신부님으로 부르면 됩니다. 대신 주교님, 특별히 부제님들에 대한 통칭도 신부님으로 부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사실 교회에서 어떤 권위주의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움트게 하는 매우 작은 방법이기도 하겠습니다.

    영어권의 호칭

    그렇지만 여전히 반발하는 목소리도 수그러들질 않습니다. 외국의 예를 많이 들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외국에 살고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영어권에서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성직자에 대한 기본적인 “표기법”은 The Rev. 아무개 – 영국식은 The Rev’d 아무개 입니다. Reverend 라는 “존경하올” 뭐 이렇게 번역하겠는데, 이게 도통 우리 말에 없는 표현이지요. 즉 “레버런드”는 성의 구별이 없는 대신, 우리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호칭으로 스스로를 “레버런드 주낙현” 뭐 이러면 거의 닭살 놓은 진풍경이 나옵니다. 영어권에서도 이론 표기를 곧장 호칭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재밌게도 대체로 개신교 분들입니다.

    영어권은 원래 상놈 문화여서 그런지, 좋게 말해 평등 문화여서 그런지, 손자뻘되는 학생도 할아버지뻘되는 교수 신부님께 “하이 존”하고 부릅니다. 그냥 이름이 호칭인 처지에 굳이 ‘레버런드’니 “파더”니 할 생각이 없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그리 따라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예는 흥미롭습니다. 이네들의 표기 방법은 이렇습니다. “사제 주낙현 목사.” 사제면 사제, 목사면 목사지, “사제 아무개 목사”는 뭔가? 한자권에서도 역시 직위 명칭과 “목사”라는 말이 호칭을 구분해서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목사”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영어 “pastor”에 대한 번역말로 교회의 성직자 전체를 통칭하는 직위를 말하는 것이지 호칭은 아닙니다. 한자권에서는 그저 이를 직위 명칭과 호칭을 함께 사용하게 되었는데, 한국 개신교가 대표적인 양상입니다.

    또 “pastor”라는 말이 개신교 용어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 천주교에서 “주임 사제”에 해당하는 직위 명칭은 바로 “pastor”로 통용됩니다. 물론 천주교 신부에서도 “하이 존”하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고, 아니면 “파더”라는 호칭을 씁니다. 정교회권은 곧 죽어도 표기 방식에서도 "The Rev. Fr. 아무개"라고 고집하고, 부를 때는 여지없이 “파더”라고 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여성사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영어권 성공회는… 우선 “하이 매리”가 일반적이고, 표기에서는 “The Rev. Mary..”가 우세입니다. 그러나 점차로 “Mother Mary..”라고 부르는 교회가 많아지는 듯합니다. 우리에게도 “신모”라는 호칭이 내내 수녀원의 원장 수녀님에 대한 호칭인 것처럼, 영어권에서도 “마더”는 지위 높은 수녀님을 호칭한 탓에 혼동을 피하고자 “마더”라는 호칭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호칭은 성직의 지위나 종류를 말한 것이 아니라, 호칭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회는 그것을 가족애의 이상 속에서 친밀한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수사와 수녀를 호칭하는 “브라더” “시스터”도 그런 것이고, 이것은 내내 그리스도교의 형제 자매를 통칭하는 친밀성의 신호인 것이지요. 그러니 “마더”라는 용어를 굳이 피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더”의 준말로 Fr.를 사용하듯이, “마더”의 준말로 Mtr. 를 사용하는 일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교회 전통은 교회의 위대한 성인들을 종종 “교부”(Church Father) 라고 부르고, 최근에는 잊혀졌다가 새롭게 발견되는 여성 영성가들을 "Spiritual Mother"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어버이의 친밀감이 넘치는 용어가 교회 전통에는 생생합니다. 예수님도 하느님을 향해서 “O, God”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아버지”(Abba)하고 부른 적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도대체 뭐 이리 복잡하냐고 반문하시며 슬슬 짜증내실 분도 계시겠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직위 명칭과 호칭을 혼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굳이 직위를 쓰고 싶다면, “사제 아무개 신부” 이러면 되고, 더 나아가 부제님들도 신부님으로 통칭하면 좋겠습니다. 공문에 쓸 일이 있으면 "사제 아무개" 혹은 "사제 아무개 신부" 그도 아니면 "아무개 신부"이러면 족합니다.“아무개 사제” 이런 촌극의 발상이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때 사제를 쓸 때는 “성공회 사제(부제)인 아무개입니다.” 이렇게나 자기를 소개할 때 쓰든지 하면 좋을 법합니다. 굳이 누가 물어보면, “성공회 성직자를 호칭할 때는 신부라고 합니다” 이렇게 토를 달아주면 됩니다. 토달기에 인색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성사제에게도 “신부”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우리는 “어버이부”를 쓰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좀 당당해지면 된다고 봅니다. 굳이 이런 걸로 무의식 저편에 "여성사제"와 "남성신부"를 구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할 일입니다.
    (2005년 5월 18일)

    비슷한 글인데, 교단 명칭과 관련된 것까지 포함되어 있군요. 좀 길더라도 가볼까요? 이번 기회에 이 문제들 논의를 정리했으면 합니다.

    1. 교단, 교회, 그리고 성직자 호칭의 문제

    명칭과 호칭의 문제는 성공회 안에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어느 교회를 두고 혼낼 일만은 아닙니다. 저로서는 언젠가 이곳 혹은 다른 게시판에서 성직자 호칭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만, 교단 혹은 교회 명칭까지 관련하여 그 내용을 다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수년 전에 관구의회에서는 "대한성공회"를 "대한 기독교 성공회"로 고치보자는 의견이 의안으로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논란 끝에 통과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성공회"를 그리스도교의 한 분파로서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한 가상한 생각 가운데 하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한국에서 다만 정형화된 "개신교"만을 가리키는 용어로 축소되고, 이미 "성공회" 안에 들어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해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생각이 압도해서 이 의안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깊은 뜻도 모르고 정작 제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용어는 "대한"이라는 것이었는데, 좀 모자란 사람들이 이름만 거창하게 "대한" 이렇게 쓰는 것 같아, 스스로의 열등감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성공회에서 그 나라를 중심으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터이니, "한국 성공회"하면 그만일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기회를 틈타서 교단 이름에 대한 시비를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다만 교단의 명칭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선교를 할까 하는 문제는 밑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각 지역 교회의 명칭과 관련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누군가 말씀하신 대로 교회의 선교 사명에 걸맞는 이름이면 뭐라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성공회는 자기 교회 만을 배타적으로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하나의 사목 대상으로 삼는다는 생각 - 아마도 이게 영국의 국교회라는 상황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봅니다만, 이것을 우리 식으로 좋게 해석하자면, 교회 밖의 세상을 우리의 사목과 선교의 터전이라는 식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 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사실 수호 성인의 이름이 설립 혹은 축성과 함께 붙여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로 교회"니 "동대문 교화"니 "수원교회"니 하고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선교에 장애될 일은 없을 듯하고, 다만 우리의 선교 이념을 딱부러지게 각 교회 안에서 정리하지 않은 문제가 터 큰 듯합니다. 이름이 문제라면, 이웃의 천주교회들은 우리와 처지가 다를 바 없을 터입니다. 게다가 좋은 이름만 화려하게 붙였던들 그 이름과 전혀 맞지 않는 교회가 얼마나 큽니까? 교회의 목적이 세상 속에서 선교이니, 그 지역 이름을 크게 내세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의견일 뿐이지요. 실상이 또 꼭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제 주위에서 보는 예로, 이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관장하는 캘리포니아 교구의 주교좌성당은 "은혜"(그레이스) 성당입니다. 수호 성인 이름이 아닌 탓은 내내 그 교회의 역사적인 기원인 "은혜" 채플에서 비롯된 되었겠지만, 신자이든 아니든 많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에게 "은혜"를 끼치고 있는 성당이니 제 이름 값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너무 이름가지고 갈등할 필요는 없겠고, "이름 값"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역 이름이라면 지역을 복음화하고, 다른 이름이라면 그 이념에 맞는 신앙의 상들을 세상 속에서 드러내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교회 이름에 수호 성인을 붙이는 전통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원시 교회의 작은 공동체 모임에 이름이 없었지요. 있어봐야 누구네 집에서 모인다는 게 다였는데, 그에 따라 그 집 이름을 따면 다 교회 이름이었겠습니다. "주씨네 집 교회" 뭐 이런 식이거나, 거리를 이름을 따서 "배암길 교회" 뭐 이런 걸로 족했을 법 합니다. 그러다가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로, 신자들은 박해 당시에 순교한 이들, 혹은 사도들의 무덤 등을 기초로 하여 교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무덤 주인의 이름을 따서 "성 베드로 교회"도 되었겠습니다. 여기에는 그들의 순교 신앙 혹은 사도 신앙을 기억하는 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신이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도 강했습니다. 우리가 신경에서 "성도들의 교제"를 말할 때, 이 성도들(Saints)은 물론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의 교제를 의미하는 바였습니다. 그러면 무덤 없는 곳들은 어떻게 합니까? 교회는 여기 저기 세워야 하는데... 그러다가 성인의 유해 등을 조금씩 가져다가 그것을 터로 하여 교회를 세우고 이름도 붙이고 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불교에서 불경이나 사리를 놓고 그 위에 탑을 세우는 것과도 비슷하군요. 어쨌든 이러다가 교회에 수호 성인 이름을 붙이게 되는 관례가 생겨났던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런 전통들이 서구 교회에서는 천주교, 개신교를 막론하고 만연합니다. 장로교회든 감리교회든 대체로 성인들 이름을 따는게 일반적인데, 성인 이름으로만 보자면 장로교회가 더 한 것 같습니다. 감리교는 대체로 중요한 지역 이름 - 혹은 웨슬리와 관련된 지역 이름 -을 따서 교회 이름으로 삼는 경우가 많더군요. 흥미로운 것은 전혀 다른 형태의 이름, 그러니까 한국식 개신교 이름 등은 매우 현대적인 현상이며, 동시에 전통적인 교단이라기 보다는 침례교나, 이런 쪽에서 파생된 새로운 교파 교회에서 일반적이라는 것이지요. 이른바 초대형 교회 - 메가 처치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대체로 교파가 없지요. 사실 그 교회 자체라 교파라고 하겠습니다 - 가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내는데 그것도 많은 경우 지역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잘 아시는 윌로우크릭이나 새들백이나 다 지역 이름이지요.

    재밌는 것은 이런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를 만들 때, 그 모교회 이름을 따르게 한다는 것이지요. 재밌지 않습니까? 누군가 재밌는 예로 들어주셨지만 - 그 적절성은 차치하고라도 - 브랜드명이 있으면 모든 지사 혹은 지교회는 그 브랜드 명으로 승부를 겁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게 마케팅 이론의 ABC이니까요. 오죽하면 LA에도 한인 "온누리" 교회가 그리 많고, 혹은 전혀 한국의 온누리 교회와 관계가 없어도, 그 이름 덕을 보자고 똑같은 간판을 붙이는 교회들이 여럿이겠습니까? 교회 호칭 논란을 보면서, 우리가 좀 순진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와 맥락과 심지어는 마케팅의 심리학일까 이런 것까지도 한번 생각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면 어떨까요?

    성직 호칭의 문제는 이미 여기 게시판에서, 그리고 제 블로그에서도 장황하게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성사제를 "신부"로 부를 수 있는가로부터, "사제"로 부르는 요즘의 분위기에 대한 생각, 그리고 관할-보좌 같은 낡은 위계적 용어를 피하고 "주임 사제"로 부르자는 등에 이르기까지.

    "목사"로 호칭하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인 거부감과 그 이유도 없지 않지만, 굳이 싫다는데 억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대로 부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목사"라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호칭은 호칭일 뿐입니다. 이걸 가지고 의회에 상정하니 마니 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닙니까?

    다만 그 호칭에 수반하는 다양한 의미의 속내들이 사회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우리 지각에 작용되는가, 그 호칭의 이미지들이 신앙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던져질 것인가 하는 점들을 생각해야 하리라 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목사"라는 호칭이 실제로 우리 교회와 선교에 도움이 될 지, 아닐지도 생각해야겠지요.

    어쨌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각 성직자에게 물어봐라. 그래서 그가 불리고 싶은대로 불러주면 된다." 아니면 이 기회에 그렇게 불러달라고 게시판에서 밝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아냥도 농담도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교회의 어느 게시판에서 보니, 어느 신부님은 동료 신부님을 "목사"로 부르더군요. 어쨌든 이런 논리나 선호를 따른다면 주교님도 그냥 감독님으로 부르시면 되겠군요. 그러나 실제로 이 경우라면 그냥 목사님으로 호칭하면 족하겠지요. 한국은 장로교가 60%나 되는데 9%도 안되는 감리교 용어를 사용해서 혼란을 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족인데요, 왜 감리교는 원래 자기 교단 이름인 Methodist라는 용어를 번역 안하고, 미국성공회를 가리킴직한 감리(Episcopal)라는 번역어로 자기 교단 이름으로 삼았을까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2006년 9월 29일)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7년 4월 11일 #
  2. 익명
    미등록

    신부님께서 이런 글을 쓰셨었군요. 제가 미처 읽지 못했었는데.

    저는 성공회에서 신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어줍잖으나마 신학과 더불어 국어 공부도 한 처지라,
    신부님의 이 글에 관심이 갑니다.
    신부님의 논의에 따라, 제 미흡한 의견을 달아 보겠습니다.

    1) 천주교와 정교회의 '신부'라는 호칭과,
    개신교의 '목사'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이 교파들이, 자신들의 직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관건일 것입니다.

    채수일(한신대, 선교학) 교수는, 개신교의 목사직을 가톨릭의 사제직과 대비하여 이렇게 구별짓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 상당수가 개신교 교역자를 '사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정말 오해다. 이 오해의 배경에는 '예배'와 '주교직'에 대한 이해 차이에서 나왔다. 물론 개신교 교역자도 안수례를 받은 직제이다. 하지만 가톨릭의 사제직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가톨릭 사제직이 '주교품'과 위계적으로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은 미사를 예수의 십자가상의 희생을 재현하고 그 효력이 미사를 통해 분배된다고 이해하지만, 개신교는 성찬의 식사적 성격만을 강조하려한다. 이런 의미에서 개신교 교역자들은 자신을 사제로 이해하지 않는다."
    ([일치주간 특집: 가톨릭과 개신교에 대한 오해들], 평화신문, 2007.1.14)

    즉, 이는, 개신교와 가톨릭 전통의 예배관, 성사관의 차이,
    나아가, 사제직의 사도계승성과,
    이를 거부 내지 다르게 해석한 개신교의 관점이 결부된 사안이라고 봅니다.

    제 주위의 목사님, 개신교 신학자님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아도,
    가톨릭 전통의 사제직이 그야말로 제사를 집전하는 사제라면,
    개신교의 목사직은, 성서의 예언자 전통을 잇는 것이 아니냐는 자기이해를 보이시더군요.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에서, 성공회는 이 두 전통 가운데 어디에 서 있는가?
    물론, 성공회는 개신교처럼 예배의 성사적 측면을 탈각시키는 것을 배격하고,
    과거 천주교마냥 성서 말씀의 선포를 등한히 하는 것 또한 경계합니다.
    그러나, 성공회의 예배는 어디까지나 성찬례, 즉 성체성사이고,
    성공회의 교회관 역시, 사도계승 에 기초한 성직의 3품을 근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회 사제를 '목사'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라고 호칭하는 것은,
    세계 성공회 및 근래의 대한성공회의 저교회화, 복음주의 개신교화 현상이 표면으로 나타난 일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성공회 예배의 개신교화, 다시 말해, 예배의 성사적 측면의 퇴색이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이 저변에는, 성공회 신앙의 개신교화(탈성사, 탈전례 내지, 반성사, 반전례) 현상이 깔려 있겠지요.
    성공회 사제를 '목사'라 부르고, 심지어 사제 본인조차 '목사'라 자칭한다든지,
    예배의 개신교화(탈성사화), 반보편적 개교회주의 등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깊은 담론을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부'로 부를 것인가, '사제'라 할 것인가는,
    여성의 입장은 일단 접어두고, 국어학적 시각에서, 실제 언어 사용의 측면을 고려하면,
    '사제'를 호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학교 선생님을 "교사님"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대단히 어색하고, 부적절한 용법이 됩니다.
    어느 언어에서나 이런 현상은 있겠습니다만,
    한국어에서, 직책과 호칭이 서로 다른 단어인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언어의 관습적 용법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관습'이니, 새로운 호칭을 계속 사용해서 정착시키면 되지 않느냐? 라는 반문도 있겠습니다만,
    언어의 새로운 용법의 정착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 참 뭣합니다만,
    한국 사회에서 성공회 신자, 더욱이 성직자, 신학의 식자층은 극소수입니다.
    대한성공회의 교회, 신학 용어, 외국 고유명사 표기 등이 타 교파와 다른 예들이 너무나 많아서,
    이 또한 문제가 될 테지요.
    한국 사회 속에, 성공회 신자들이 많다면 별문제입니다. 천주교나 예장통합까지는 모르더라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인 수 정도만 되어도, 이건 그냥 그렇게 쓸 가능성은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짐작하는데,
    이렇게 사람 수가 적은 상태에서는, 새로운 언어 용법의 인위적 정착은 극도로 어렵다고 봅니다.

    언어의 양성평등화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서구 언어들의 실례들을 봐서도 알 수 있듯이요.
    그래서, 이 점에 있어서는, 지금의 저로서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 어렵네요.

    3품 직제에 따른 호칭에 대해서는,
    우선, 전례 중의 잘못된 표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교 집전 예배라도, 회중은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화답하는 게 맞습니다.
    주교도, 사제니까요.
    서울교구, 서울대성당, 제 고향인 부산교구(부산대성당)의 경우,
    "또한 주교와 함께"라고 표기하는데요,
    이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그러나, 부제님께 대해서는, '신부'라 부를 수 없지 않을까요?
    직제를 위계적으로 이해해서가 아니라, '부제'는, 사제(신부와 주교)와는 성격이 다른 직제가 아닌지요?
    역사적으로, 부제직이 위계적 성직 체계 안에서의 사목직으로 이해되고, 그렇게 기능해 왔습니다만,
    본래 부제는, 하느님 백성의 봉사직이고,
    사도로부터 계승된 사제직, 사목직과는 구별된다고 생각됩니다만?
    문제는, 이 성직의 3품 직제를 위계서열적으로 이해해 온 그리스도교 2천년에 걸친 악습인 것이지,
    호칭이, 이러한 잘못된 이해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교단의 명칭에 관하여,
    저 또한 '대한'이라는 관형어에서 부담감을 느낍니다. 한국 사회에 편만한 국가주의도 감지되구요.
    저의 경우는, 영어 명칭에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낍니다.
    'Anglican'이라 하면, 그야말로, 유럽 그리스도교권의 민족교회, 국가교회의 유산처럼 생각되거든요.
    왜 우리가, 영국인들의 교파, 교회를 따라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져야 하나?
    이것이 과연 '보편' 신앙인가??
    그래서 저는, 주교직에 기반한 보편교회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Episcopal'이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구요.

    3) 개별 성당의 명칭을,
    마치, 개교회 중심 체제인 개신교처럼 'OO교회'로 부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천주교도 최근까지 개별 본당을 'OO천주교회'로 호칭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전통적으로 신앙고백해 온 바에 비추어 보아도,
    '교회'란 보편적인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입니다.
    개별 성당을 '교회'로 부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입니다.

    성당의 주보성인을 성당 명칭으로 해도 좋겠습니다만,
    비그리스도교권인 한국의 경우, 반토착화라고 생각될 수도 있고,
    신부님께서도 말씀하셨거니와,
    그 지역 사회에서 봉사와 선교적 사명을 감당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서도,
    지역명을 성당의 명칭으로 삼는 편이 나아 보입니다.

    4) 요컨대, 호칭, 명칭은,
    자기정체성의 표현이므로,
    즉, 신앙적, 신학적, 교회적, 대사회적 차원의 문제가 됩니다.
    말꼬리 붙잡고 늘어진다고 짜증낼 계제가 전혀 아닌 것이지요.
    오히려, 그렇게 짜증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안일한 자세가 아닐지요?

    2007년 4월 11일 #
  3. 좋은 논의를 전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쓸데없이 복잡하게 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제 글솜씨가 엉망이어서 명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실 제가 좀 비틀어서 쓴 바가 없지 않습니다). june님과 동의하는 내용은 사실 이미 제가 밝힌 바이니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겠고, 제 생각을 오해한 점들을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위에 올린 글 전체를 모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이건은 국어 문제가 아닙니다. ^^

    1.
    인용했던 채수일 교수의 전체 글은 다 읽어보지 못했는데, 인용문만 보아서는 천주교에 대한 개신교의 매우 고질적인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용어 자체를 가지고 말한다면, 이른바 만인사제설을 어떻게 이해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만인목사설로 해야 하나요? "예배"에 대한 언급까지는 눈꼭감고 봐주겠는데, 갑자기 "주교"와의 위계 문제로 사제직을 봐야 한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참 모르겠습니다. 채 교수의 예배에 관련하여 설명한 것의 불명확성은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리 적절한 구분과 표현이 아니라, 일반인들(천주교인이나 개신교인이나)에게 퍼져있는 수준 낮은 상식에 거듭하고 있을 뿐이어서 안타깝다고만 하겠습니다.

    영어나 원어로 이야기가 되면 더 쉬워지는 것은데, 우리 말에서 쓸데없는 교파별 구별이 혼동을 낳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제"라고 번역되는 "priest"는 성서의 원로/장로를 말하는 "presbyter'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영어권에서는 천주교,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 성직자를 막론하고 안수/서품의 직제를 말할 때는 'presbyter'로 표기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영어는 특별히 정교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전까지, 천주교나 성공회는 priest, 개신교는 ordained minister라고 표현하고 말았었지요.)

    성직자의 사제직을 말할 때의 "사제직"에 대한 성공회의 이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다른 논문 한편이 되겠습니다만, 우리가 성공회 안에서도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과는 달리, 사제가 희생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으로서의 사제에 대한 상은 전형적인 중세적 사제상이요, 현재 천주교 신학자들도 이에 대한 새로운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제"라는 번역어가 영어의 '프리스트'나 원어인 "프레스비테로스"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중세적 사제직 개념이 침투된 "사케르도스"(sacerdos)를 번역한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썩 좋은 번역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번역된 말에 삼투된 이미지로 신학을 할게 아니라, 원래의 뜻과 그것의 변천 과정들 전체를 살피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목사가 그 대안은 못됩니다.

    이런 점에서 우선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성공회의 사제관은 천주교에서 갖고 있는 사제상인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의 작은 '중재자'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성공회 내의 신학적 경향에 따라 이에 대한 이해는 다릅니다만, 저는 "성사"의 본래 의미에 따라 "성사로서의 사제"요, 공동체의 지도자로서의 사제에 대한 생각이 더 성공회적이라고 봅니다.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제 홈페이지의 '질문과 답변란'에서 길게 다루었는데, 시간이 되면 찾아서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하여튼 성사로서의 사제직에 대한 이해때문에 저는 사제라는 용어가 기능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듯한 목사라는 용어보다 낫다고 봅니다.

    2.
    "목사"(pastor의 번역어로서)라는 호칭은 최소한 영어식 표현으로 보자면, 천주교나 성공회, 정교회에서 써도 전혀 문제가 없는 말입니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의 사목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여기에 안수/서품에 관한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안수받은 목회자에 관한 표기는 "ordained minister"라고 해야 하지요. 다만 이미 사람들이 "패스터"하고 다들 안수받은 목회자라 생각하긴 하지만요. 이것은 다시 말해 교회 직제에 관련된 용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기능을 알려주는 것일 뿐이고, 한국에서는 개신교에서 기능과 안수 상태, 그리고 호칭으로 두루 쓰이다 보니 어떤 거부감이 있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말한대로, 영어권 천주교에서는 지역 교회 주임 사제를 "패스터"라고 표기합니다. 어떤 이들이 "목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성공회의 저교회화네 어쩌네 우려하고, 사실 똑같은 논리로, 존재를 알 수 없는 저교회를 표방한다고 하면서 자신을 "목사"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들 똑같은 오해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 오해가 어떻든, 아무리 오해를 풀어보려고 해도, 자신은 곧 죽어도 '목사'라고 부르고 싶다는데야, 그렇게 해주면 될 뿐, 이를 반대할 신학적, 사목적인 근거도 사실 없습니다. 호칭으로 뭐라 불리던, 자기 불리고 싶은대로 불러주면 그만이라는 게 요즘 제 생각입니다.

    3.
    "신부"(Father)라는 호칭은 성직 위계로서 "사제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반적인 교회 호칭일 뿐입니다. 이미 앞선 글에서 예를 들었다 시피, 주교나, 사제나, 부제에게 모두 'father'라고 부르면 호칭으로서 그만입니다. 각 성직의 위계가 갖는 신학적 사목적 특성을 따질 만한 사안이 못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모든 성직자에 대한 존경 호칭일 뿐입니다. "영적인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그게 부제인들, 사제인들, 주교인들 뭐가 문제입니까? 필요 이상의 신학적 구분, 혹은 이후의 성직 체제의 위계에 집착했던 역사의 한 부산물로 생긴 관습을 내내 되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4. "또한 사제와 함께 하소서"?
    언젠가 어디선가 이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거니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아무개와 함께 하소서"는 일상적인 축복의 인사말이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꼭 성직자들과 주고 받아야 할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넌센스와, 성직자주의의 한 표현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인사말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잘 안고쳐지지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그대와 함께 하소서."

    다른 좋은 대안이 있다면 환영입니다. 다만 이것을 누구에게 한정짓지는 말입니다. 누구가가 주교님의 인사말을 받아 "주교와 함께 하소서"했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사소한 인사에 마저 직제를 붙여서, 특별한 인사인 것처럼 독점하는 것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아예, "그대와 함께 하소서"라고 말하면 그만이라고 봅니다.

    5. 교단 영문 표기 문제
    이게 글을 옮겨 붙이다가 곁다리도 끌려들어갔는데요. 글쎄요. "Anglican"라는 표기가 뭐 대단한 의미를 두고, 혹은 무슨 영국과의 종속적인 관계를 염두하고, 혹은 어떤 자부심을 갖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냥 관습상 남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려는 것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이게 더 문제이기도 하지요. "Episcopal"이 또 좋은 대안이냐? 꼭 그렇지도 않다고 봅니다. 저는 그저 "성공회"라는 좋은 이름을 그대로 영문표기하든지, 아니면 이를 풀어서 Holy Catholic Church of Korea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은 교단 이름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선택하려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지요.

    6. "교회"라는 명칭
    흠... "교회"는 보편적 교회에 대한 명칭인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교회는 그저 "교인들의 모임"이라는 간단하고 명확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교회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대로 "보편적 교회"(catholic church)라고 친절하게 풀어서 써주면 됩니다. 오히려 이런 연관성이 보편 교회와 개별 지역 교회와의 연결을 분명히 해줍니다. 예를 들어 분당 교회는 분당에 있는 작은 보편 교회입니다. 거기에 위계는 없습니다.

    2007년 4월 11일 #
  4. 호칭에 관련해서 저는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직위에 '님'자를 붙여서 호칭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요즘에 들어서는 이름에 '님'자만 붙인다던가 하는 등으로 뭔가 수직적인 느낌을 없애려는 노력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계몽적인 단계일 뿐이며, 우리사회 일반에서는 직위를 부르는 것이 매너로 받아들여집니다.

    교회에서 형제애, 가족애를 강조하기 위하여 '신부'라고 부르는게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한국사회에서 '신부'는 가족애적인 호칭이 아니고, 직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대부분의 경우 '신부님'이란 말과 '사제님'이란 말을 친밀감의 문제로 여기지 않으며...
    다만, '사제님'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됩니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친밀한 용어를 새로 만들자고 한다면 동의하겠습니다.

    요컨데, '여성사제의 호칭 문제'와 '직위를 호칭으로 부르는 문제'는 좀 별개라는 생각이듭니다.

    (감리교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네요. ^^ 미국감리교회가 초기에 The Methodist Episcopal Curch 라고 했네요.Methodist를 딱히 번역할 말이 없어서 Episcopal을 쓴 게 아닐까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2007년 4월 11일 #
  5. 제 글에서 "신부"라는 말이 가족애의 표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영어식의 "father" 혹은 라틴어의 "pater"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원래 의미가 그랬다는 것이지요. 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신부"라는 식으로 번역했으니, 가족애와는 멀어진게 당연하지요. 요지는 여전히 "신부"가 굳이 "사제"와 같은 직위명으로 변경해야 할 만한 나쁜 용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직위명에 따라 사람을 부르는 것은 우리 문화에 들어 있는 매우 좋지 않은 권위주의적 사고의 표현입니다. 그런 호칭에서나마 그런게 간소화되는게 좋다고 봅니다. 신부라는 호칭이 성직 위계를 구별하지 않고, 성직자 전체를 통칭하기에 좋겠다는 것도 여기서 나온 것이고, 그에 대한 근거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르지 않던 새로운 방식으로 불러서 실제로 어떤 변화를 줄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들고요. 별 중요하지도 않는 호칭이 하나 더 늘어서 도움이 될까요? 아무리봐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같은데. 또한 뭔가를 바꾸겠다고 생각한다면 좀더 멀리보고 바꾸었으면 한다는 거지요. 당장 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아니면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죠.

    아무리 말해도, 근거가 있든 말든, 제 원하는 대로 쓰겠다면 어찌 억지로 막겠습니까?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나는 '사제'로 불러 주시오" 혹은 "나를 '목사'로 불러 주시오" 하면 그렇게 불러주면 된다고 봅니다. 긴 허튼 소리에도 불구하고 이게 저 허망한 결론입니다. ^^

    제 경우에 적용한다면, 제게는 "목사님"이나 "사제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저 "신부님"이라고 불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절이 이렇게 됐군요.

    (감리교 운운한 예는 좀 비틀어서 농담삼아 던진 내용이었어요 ^^)

    2007년 4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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