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개정된 기도서(2004)를 사용할 때, 서로 다른 성찬 기도를 사용하고 있는가? 왜 여러 양식의 성찬 기도가 있는가? 어느 성찬 기도가 어떤 절기에 더 적절할 것인가? 다양한 성찬 기도의 사용은 그 신학적 강조점의 차이와 더불어, 전례 행동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성찬 기도의 최종적인 목적은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며 함께 축하하고, 그 안에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우리 전체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거룩해지는 것이라 하겠다. 어느 순간이 축성의 순간이냐면서 논쟁을 벌였던 역사가 있었으나, 이는 성찬 기도의 의미를 바로 보지 못했던 탓이다. 아마 이 때문에 성찬 기도 가운데 "제정사" 부분 만을 강조하려는 몇몇 집전 행동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기회가 되면 차후에 논의할 수 있겠다.)

    그러면, 왜 여러 성찬 기도가 있는가? 간단히 답하자면, 하나의 성찬 기도 안에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신 구원의 역사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성찬 기도 안에서 조금씩 다르게 강조점을 두어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드러냈다. 이 신학적인 변주를 전례력(교회력)에 따라 맞추면 서로들 그 의미가 더욱 되살아 날 것이다.

    한국 성공회 기도서 (2004년)는 성찬 기도 4가지 양식을 마련해 두었다. 기도서의 [중요 지침] 부분은 그 배경과 사용 제안을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21-22쪽). 미흡하지만, 참조해야 할 중요한 지침이다. 이에 덧붙여 몇가지 언급과 제안을 한다.

    1양식 - 기도서는 이것이 1549년 성공회 첫 기도서의 성찬 기도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문을 대조해보면, 1549년 성찬기도문에 드러난 풍요로움이 현격하게 축소되었다. 너무 짧게 요약했다. 성찬기도를 짧게 하려는 노력들이 기도서 전체에서 풍겨나는데, 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강조된 주제: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한 속죄와 구원, 우리 자신의 봉헌

    사용 절기: 사순절기 / 대림절기 / 연중 어느 때

    2양식 - 기도서는 이 기도를 영국성공회 [공동 예배](2000)의 성찬 기도 E 양식을 차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전히 너무나 과감하게 요약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도서는 이 기도가 "사랑과 생명, 그리고 선교적 사명"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설명에 합당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강조된 주제: "사랑과 생명, 선교적 사명" / 정의와 자비에 대한 강조 / 하늘 나라 잔치에 대한 참여

    사용 절기: 부활절기 / 공현절기 / 성인 축일 (?) / 연중 어느 때 / 선교 관련 특별 전례

    3양식 - 기도서는 이 기도가 성 크리소스톰의 성찬 기도를 바탕으로 하여 원문을 좀더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원문에 비하면 구원사에 대한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묘사가 축소되어 있어서 아쉽다. 기도서는 "부활"의 주제를 선명히 다룬다고 적고 있는데, 이를 곧장 "별세 성찬례"에 적합한 것이라고 말하니, 그때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강조된 주제: 부활 / 영원한 생명 / 교회 신자들(성직자와 신자들)의 일치 / 모든 성인들의 일치 (기도서의 지침은 이를 별세자들로 제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용절기: 부활절기 / 성령강림주일 / 삼위일체 주일 / 위령 시기 (설날, 추석, 제령일, 제성일) / 연중 어느 때

    4양식 - 기도서는 이 기도가 성 바실 전례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다른 교단들이 함께 쓰고 있는 에큐메니칼 성찬 기도라고 말한다. 네 개의 성찬기도 가운데 가장 길고, 그 때문인지 완성도 역시 비교적 돋보인다.

    강조된 주제: 부활 / 새로운 생명 / 빛과 기쁨의 삶 / 그리스도의 영광, 우리의 영광 / 교회의 일치 / 성인들의 일치

    사용절기: 부활절기 / 성탄절기 / 공현절기 / 성령강림주일 / 삼위일체주일 / 교회 일치 주간 / 연중 어느 때

    1, 2양식과 3,4 양식의 가장 큰 차이: 이 네 성찬 기도에는 신학적 강조의 차이가 있겠으나, 더불어 1, 2양식이 서방 교회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면, 3, 4 양식은 동방 교회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 바로 이 차이에서 이른바 "성령 청원"(에피클레시스, epiclesis) 위치의 차이가 나타난다. 서방 전통은 제정사를 전후로 두번의 "에피클레시스"가 있고, 동방 전통은 제정사 뒤에 한번의 "에피클레시스"가 있다. 이에 따라서 실제로 집전자의 집전 동작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신부님들은 어떻게들 하고 계시는가?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9년 4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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