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전례 자료

  1. 틈을 타서 전례 포럼 준비를 위한 자료 (로버트 태프트)와 부활 5주일 설교 자료를 번역해서 올리려는 참에, 학교 전례학 메일링리스트에서 건네온 소식이 로버트 E. 웨버 교수의 부음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이런 적절한 제목이 눈에 띕니다. "로버트 웨버, 천상 전례에 참여하다." 부활 절기의 묵시록 본문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천상 전례와 지상 전례의 공명이 이 부음을 통해서도 울려납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걸출한 전례학자들이 속속 세상을 뜨고 있습니다. 천상 전례가 그리운 탓일까요? 제임스 화이트(감리교), 토마스 탤리(성공회), 애단 카바나흐(천주교) )

    로버트 웨버 박사를 언급하는 것은 그가 전례학자인데다,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생명의 말씀사라는 매우 보수적인 신학 출판사에서 그분의 책 "Worship is verb"라는 책이 [예배학] (생명의말씀사)로 제목으로 매우 오래 전에 발간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침례교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다양한 교단 배경의 신학교에서 그것도 매우 보수적인 색채의 신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미국성공회에서 분열해나간 미국개혁성공회 신학교를 다녔고, 이후에 보수적인 커버넌트 장로교 신학교를 거쳤으며, 박사학위는 루터교 미주리 시노드의 컨콜디아 신학교에서 마쳤습니다. 그는 평생 복음주의자로 자처하며 살았는데, 이때 그의 복음주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 개신교의 복음주의"와는 분명 다릅니다. 자신을 침례교 전통의 보수주의로, 그리고 칼빈주의자가 된 이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말할 만큼 철저한 칼빈주의적 신학에 경도되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학교도 역시 장로교 계통의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로마 가톨릭 전례를 경험하고나서야 결국 "신비"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었노라고 말했고, 결국에는 성공회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성공회 신자가 되면서 내놓은 책이 이른바 "캔터베리로 가는 길"이라는 책입니다. 어떻게 해서 미국의 개신교 신자들이 성공회 안에서 신앙의 고향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기사와 인터뷰 형태로 옮긴 이 책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성공회의 신학적인 포용성(하나의 영성적 기질이라고 해야겠습니다)과 이것이 어떻게 전례를 통해서 표현되는가 하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상술할 수 없군요). 현재 우리 교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방향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 아닌가요?

    그의 전례에 대한 이해는 그가 평생동안 펼쳐냈던 저작 시리즈의 제목을 통해서 가늠할 수 있습니다. "Ancient-Future"(오래된 미래). 전례는 다름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현재에 살아가는 행동입니다. (오늘 올려둔 로버트 태프트 신부의 글을 통해 다시 돌아봅시다.) 그의 전례학 연구는 진보적 학계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는 전례의 틀과 경험이 얼마나 성서적이고 교회 전통에 뿌리 깊은 것인지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습니다.

    그가 전례학 연구에서 가진 특별한 관심은 전례학과 교회의 여러 활동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복음화와 선교에 대한 그의 전례학적/선교학적 접근은 우리 교회에서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던 주제였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가질 전례학 포럼은 이 주제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다른 여러 이유와 상황 판단때문에 전례학 전체에 대한 지도 그리기로 바꾸었죠.) 기회가 닿으면 그의 전례와 선교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파고 들어 보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거울로만 드렸던 희미한 지상 전례를 떠나 본연의 천상 전례에 참여한 로버트 웨버 박사에게 하느님의 평화가 있으라.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7년 5월 8일 #

이 토론 주제에 대한 RSS 피드

답글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