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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는 선교를 방해한다? « 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전례와 선교

전례는 선교를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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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amedia

    회원

    한 9개월 전에 성직자 포럼에 올렸던 글이었는데, 대화를 넓혀보자는 의도로 성직자들끼리 편하게 나눈 이야기들이라 거칠기만 합니다만, 가감없이 여기에 옮겨다 놓습니다.

    (좀 자극이 있어야 포럼이 활성되는 걸까요? 이곳 포럼이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활성화되지 않는군요? 아마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조언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내내 전례가 문제라고 불평하면서 실상 멍석을 깔아놓으면 아무 말도 없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여전히 아리송할 뿐입니다.)

    ---

    "전례는 성공회 선교를 방해한다"

    차례

    1. 전례가 문제인가? 관습적 전례가 문제인가?
    2. 우리는 정작 전례에 관심이 있는가?
    3. 전례를 통한 공동체, 그런데...
    4. 몸에 밴 전례 vs. 머리 속의 전례
    5. 전례 이해를 위하 기본적인 도서
    6. 전례와 선교
    7. 고교회와 저교회? - 선택의 대상인가?

    1. 전례가 문제인가? 관습적 전례가 문제인가?

    이 도발적인 질문은 실제로 제가 전례학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약간의 핀잔과 더불어 저에 대한 많은 격려와 기대감으로 듣는 말씀입니다. 몇몇 신부님들은 제게 이런 말씀을 던지셨던 것을 기억하시라라 생각합니다. 정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대답은, 그리고 이러한 우려를 던지는 신부님들도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이겠지만, "성공회의 선교에서 전례는 핵심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이런 핀잔들이 머리 속에 나오는 이유를 함께 헤아려 보았으면 합니다.

    가장 먼저, 우리 속에 들어오는 "전례"(예전)에 대한 상이 무엇인지를 그려보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내용보다는 "형식"이거나 "겉치장"이고, 기도서의 텍스트를 음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루브릭"(예전 지침 혹은 내내 누구로부터 이렇게 해 온 것, 혹은 예전적 습관이나 관습) 아닌가요? 우선 이런 것은 전례가 아니지요. 이것은 우리가 참여없이 그냥 방관자로 보는 어떤 것에 대한 인상 묘사일 뿐이겠다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까지 애초에 전례를 통해서 통 예배를 드려보지 못했고, 그냥 하라는데로 따라서 했던 것인가 이런 생각으로 이어가 봅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우리는 이제 이것을 전례(예전)라고 부르지 맙시다. 그것은 하나의 죽은 쇼이고, 관습이라고 말합시다. 그런 것이 선교를 방해한다고 말합시다. 우리가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는 바를 덧씌워서 "예전" 그 자체가 선교와 어떤 적대적인 것처럼 말하지 맙시다. 무의식 중에 이런 것은 자신이 집전해야 하는 예전에 대한 불신감을 낳게 하고,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깊은 반성 자체를 방해해 버리고 맙니다.

    2. 우리는 정작 전례에 관심이 있는가?

    그러지 말고 솔직해집시다. 단순하게, 여러분이 설교를 준비하는 시간과 전례를 준비하는 시간을 한번 비교해 보십시오. 설교야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전례는 이미 해오던 대로 하고, 기도서의 예문을 읽으면 되는 것이니까, 비교의 대상도 안됩니까?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에, 본문 네 개를 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주석서를 찾아보고, 그런 다음에 글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의 진통을 다 겪는 그런 과정에 비하면, 전례는 단박에 그 시간에 가서 읽어 내리면 되는 것이 우리네의 일상사가 아닌가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 날 성서의 말씀과 더불어 입당하는 형식과 몸가짐과 우리의 움직임은 어떤 것이며, 그날 본기도(주제기도)에 대한 우리의 묵상은 얼마나 되며, 우리의 설교 - 말씀의 전례 - 와 성찬의 전례에 대한 연결점에 대한 고려는 얼마나 되었고, 게다가 우리가 당장 읽어야 할 성찬기도를 얼마나 음미했는지를 돌아봅시다. 성찬기도의 다양성에 따라서, 우리의 집전 동작은 어떤 것이 좋을 지, 교인들에게 전례에 대해서, 그리고 성찬 기도 안에 있는 신학적인 사목적인 의미의 다양성에 대해서 얼마나 숙고해서 설명해 주었는지, 혹은 교육시켰는지, 혹은 함께 나누었는지 한번 돌아봅시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 전례에 문제가 있노라고 좀 말해 봅시다. 참, 성가대와 오늘 절기와 본기도와 설교 말씀과, 그리고 성찬기도의 형식에 대해서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그런 다음 에전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3. 전례를 통한 공동체, 그런데...

    좀 방향을 달리 이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가 예배(전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할 만한 성서 구절을 단 하나만 인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두운 데서 여러분을 불러 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 (1 베드 2:9)

    아무리 되풀이 해도 아름답게만 들리는 이 말씀을 우리는 우리 전례에 대한 반대의 논리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전례 안에서 이런 것들이 함께 녹아들어가서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 보았나요? 교회 안에 모여 있는 선택된 민족(백성들)에게 초점을 얼마나 맞추었습니까? 우리 모두가 사제가 되어 이 감사 예배의 집전자(celebrant)인 동시에 성찬 제정의 깊은 기억 속에서 - 실제로 성찬기도는 성찬식의 제정 뿐만 아니라, 구원의 역사를 파노라마로 펼쳐주고 있습니다 -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힘에 대해서 얼마나 강조하며, 우리의 전통적인 의식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까? 그리고 그 힘을 가지고 다른 모든 이들을 어두운데서 불러내려고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까?(파송선언).

    전통적 스타일을 고수하는 분이건, 이걸 혁신하자고 하는 분이건 간에, 전례에 대한 기존의 고정 관념을 두고 이를 반복하여, 그 안에 깃들어 있는 풍성한 내용을 전례의 의례적 행위(ritual)들과는 전혀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한번씩은 물어보고 이를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아주 소소한 일로만 싸우게 되고, 정작 건져내야 할 것들은 잊고 맙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제 블로그에서 한번 교회 건축과 관련하여 다른 적이 있으므로 중언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몇가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실상을 소개할까 합니다.

    4. 몸에 밴 전례 vs. 머리 속의 전례

    미국에서 전례학을 공부하려는데, 의외로 한국 개신교 목사님들이 관심이 많습니다... (중략).... 이네들의 진행 방향이 참 흥미롭습니다, 출발이 어떻든 간에 이분들이 결국에는 정작 전통적인 전례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하거나 안다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만보니 이들에게는 생활화된 전례의 경험과 전통, 몸에 벤 습관이 없기 때문에, 전례학 공부의 중심을 이루는 성사신학이나 전례 역사와는 멀어지는 것이지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예배 현상 분석으로 들어갑니다. 게 중에는 전통적인 전례적 전통에 대해서 좀더 적대적인 비판으로 가하는 방향으로 논문을 쓰기도 하지요.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애시당초 전례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 전례의 깊이를 느낄 접접을 못찾는 것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전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념을 머리 속에 띄어 놓되, 그 개념이 살갗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자기 경험에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인데, 결국 개신교 예배 "현상"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저는 어느 전통을 혹은 누구를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우리가 전통 안에서 몸에 익은 전례의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얻어질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전례의 개혁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지난 1997년 기도서가 그렇게 비판받고, 1년 만에 훌쩍 만들어낸 별로 변화없는 2004년 기도서가 별 문제 제기 없이 받아들여졌을까요? 참 궁금합니다. 여기에는 몸에 밴 것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5. 전례 이해를 위한 기본적인 도서

    아울러 이곳 전례학의 '실질적인 동향'을 생각하면 흥미롭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성사 신학이나 예전의 역사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전례 전통에 있는 루터란, 가톨릭, 성공회가 강세입니다. 그러나 창조적인 예전이나, 그리고 새로운 의미의 전례 신학을 멋지게 신학화하고 설득력있게 펼쳐내는 이들은 "감리교" 출신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이들이 쓴 몇권의 책을 신부님들께 강력하게 권합니다, 물론 한글 번역본입니다.

    • 제임스 화이트, "기독교 예배학 입문"
    • 돈 E. 샐리어스, "예배와 영성"
    • 돈 E. 샐리어스, "신학으로서의 예배"

    번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처구니 없는 개신교의 번역이 많습니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매우 탁월한 저작들입니다. 모두 감리교 학자들입니다. (그런데 장로교와 성결교 쪽에서 번역했습니다.^^)

    미국장로교나 감리교는 모두 60년대 가톨릭 전례쇄신, 그리고 70년대의 루터교와 성공회의 기도서 출간 등에 힘입어, 80년대 중반에 정말로 훌륭한 기도서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 1997년 시험 예식서 안에는 이것들을 대본으로 해서 번역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퍼지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의 개신교회들은 그 퓨리턴적 전통과 대각성 이후에 각인되었던 개인주의적 신앙의 습성 상 이런 공동체적 전례 전통을 지닌 훌륭한 기도서의 채택을 하고서도 거의 교회에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종종 사용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게 맥이 빠지는 예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안에 몸에 벤 전례의 경험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고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서 참된 전례의 쇄신도 있으리라 봅니다.

    6. 전례와 선교

    그러고 보니, 전례과 성공회 선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간단히 말해보도록 하지요. 쉽게 말해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가지고 가야, 누군가에게 먹히지 않겠습니가? 우리 성공회 안에서도 저마다 잘하는 구석이 있으니, 그것을 발전시켰으면 하겠다는 생각이고요. 다만 우리 모두가 나누는 공동의 잘난 유산이 바로 전례일 터이니, 이것을 잘 발전시키는 것이 사실 쉽고도 효과적인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다른 기회를 통해서 신부님들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랍니다.

    7. 고교회와 저교회? - 선택의 대상인가?

    다만 한가지 언급하자면, 전례을 두고, 고교회 저교회를 나누는 이분법이 도대체 어디서 파생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영국성공회 안에 전형적인 것인데요. 우리에게 왔던 고교회 선교사들의 영향을 비판하기 위해서, 영국성공회 내의 저교회파를 논하는 것은 아직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근거를 외국에서 찾으려고 하는 식민지적 근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분이 영국을 방문하고는 - 그것을 저교회라고 정의하셨는데 - '우리가 속았다는 느낌'을 적은 것을 기억하는데, 왜 그걸 보고 우리가 속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속았을까요? 선교사들에게, 주교님들에게, 혹은 신학자들에게,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게다가 저는 어떤 점에서 한국의 전례를 고교회적이라고 말하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어떤게 고교회이지요? 어떤게 저교회이지요? 그 구분과 규정은 사람마다, 지역마다, 교회마다 천양지차입니다. 손쉽게 이름을 붙이고 테두리를 만드는 것은 좋으나, 그 속내의 다양한 차이들을 엿보면서 시도해야 위험하지 않다고 봅니다. 게다가 영국에서 이러한 고교회적 전통, 저교회적 전통이라고 하는 것은 영국 종교개혁 이후 몇 백년간의 갈등과 진통을 통해서 흐름을 말하는 것이니, 그런 용어와 기준을 가지고 우리 교회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럼 저도 미국에서 와서 보고는 "앗, 나는 속았다"라고 말할까요? 그말보다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 안에 무의식 중에 흐르는 고정관념들을 되돌아 보고, 혹은 어떤 권력의 행동이 있는지 파악해서 이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7년 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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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nkoo

    회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포럼이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우리 대한성공회가 작은 교단이라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주제에 포럼이 활성화되려면 관심있는 그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이 수백명은 되어야 할 텐데, 대한성공회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상황 탓으로 돌리고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007년 5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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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amedia

    회원

    매우 거친 생각을 헤아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생각을 함께 좀더 다듬어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쉽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지요.

    2007년 6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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