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전례 자료

  1. 세계성공회 전례 협의회 2005년 프라하 선언의 번역 전문입니다. 세계성공회가 전례와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그 논의를 발전시키는지 알기 위한 중요한 문서입니다. 이번 문서는 특별히 성직자들과 교인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료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전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변화를 위한 공부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리라 싶어 번역해서 올립니다.

    장기적으로 세계성공회 전례 협의회의 문서들을 시간역순으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물론 중요한 문서들부터 번역하도록 하고, 선언서 이외의 신학문서들도 부가적으로 번역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번역에 도움을 주실 분들을 환영합니다. 아니라면 잘못된 번역, 이상한 표현, 혹은 오타라도 잡아서 지적해주시면 좀더 충실한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다른 의견도 항상 환영합니다.

    오는 10월말 전례 세미나의 숙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십시오. 참여하시는 분들은 교회 안에서 이걸 가지고 논의한 경험과 결과를 가지고 오신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주낙현 신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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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와 성공회의 정체성: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 2005년 프라하 선언
    Liturgy and Anglican Identity : A Statement by the International Anglican Liturgical Consultation Prague 2005

    (번역: 주낙현 신부)

    우리는 성공회의 정체성이 공동체적인 예배와 개인 기도라는 우리의 전례 전통 - 말씀과 성사 거행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 을 통하여 표현되고 형성된다고 믿는다. 특별히 우리 전통은 대체로 서방 교회 전례의 발전의 흐름에 자리잡고 있으나, 동방 전례의 형태들에서 또한 영향을 받아왔다.

    성찬례의 중요성과 성무일도의 틀은 종교개혁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되었으며, 그 구조와 본문을 간명히 하고 자국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이 이 두 전례에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세계 성공회 여러 관구들의 경험을 통하여 이러한 역사적 원칙들의 유산은 지속적인 예식의 개정과 하느님께 우리의 예배를 봉헌하는 행동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세계 성공회 각 관구는 나누고자 하는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세계성공회 안에서 우리가 공동의 역사로 묶여 있다고는 하나, 진정으로 우리를 연합시키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하듯, 세례와 성찬례를 통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이다. 세례와 주님의 식탁에서 이루는 우리의 일치는 선물이자 임무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일치를 축하하고 거행하며, 세계 성공회 울타리 안에서 여러 배경과 문화의 다양성을 통하여 이 일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일치의 상징으로서 주교의 역할, 그리고 성직자와 신자들, 성직자와 백성들의 협력을 인식하는 가운데,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적합한 능력이 있고 전례적으로 형성된 리더십, 그리고 우리를 하나이요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의 한부분으로 묶어주는 비전을 갖고서 지역 문화와 언어, 그 관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리더십이다. 또한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예배의 인도자란 사람들 저마다 가진 경험과 관습과 은사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예배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봉사자임을 아는 리더십의 안목이다.

    우리는 우리의 관습에 의해, 그 관습 안에서 형성된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은총에 참여하는 길들을 중시하고 이를 거행한다. 우리는 이 하느님 은총을 우리의 공적인 기도 안에서 청원하고 향유하며, 그 은총은 우리의 삶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 안에서 활동한다.

    기풍과 요소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전례의 기풍과 요소들을 중시한다.

    - 말씀의 선포를 갖고 이를 존중하며, 세례와 성찬례의 성사를 거행하는 예배
    - 가톨릭적이며 개혁적인 전통을 함께 어우르도록 물려받은 전통
    - 우리는 공인된 (전례) 본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
    - 표현의 다양성을 위한 자유
    - 해당 문화 안에서 적절하게 받아들인, 환경, 음악, 예술, 움직임이 갖는 미학적 가능성
    - 공동체적인 예배와 개인적 신심 사이의 공생적 관계
    - 질서있는 전례적 공간 안에서 드리는 예배
    - 주교와 사제와 부제의 전례적 사목직

    우리는 우리 예식 안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중시한다.

    - 형태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 토론토 선언 "새로운 생명의 발걸음" (Walk in Newness of Life”)에서 다룬 세례 예식의 구조, 그리고 제5차 더블린 전례 협의회에서 제기한 성찬례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참조하라.)
    - 포괄적인 성서 독서
    - 성서정과
    - 시간의 리듬 - 연, 주간, 하루
    - 정기적인 성찬례 거행
    - 공적 예배 안에서 거행하는 세례
    - 감사, (전체) 죄의 고백, 대도를 포함한 기도
    - 포괄적인 대도 - 세상을 위한 기도에 중점을 두고, 지역적인 관심에 앞서 정치 권력의 정의와 세계 교회를 위하여. 또한 가난, 질병, 추방, 전쟁, 자연 재해로 고통받은 일들을 위한 관심을 포함한다.
    - 주님의 기도 사용
    - 주고받은 대화형 본문의 사용
    - 마음으로 가사와 음악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
    - 공동 기도
    - 공동체적이고 참여적인 예배
    - 예배 안에서 신경의 사용
    - 우리 예배의 개방성과 접근성

    몇가지 강조점, 경향, 그리고 희망

    예배에서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과 맺는 살아있는 관계로 이끌린다. 우리 기도(전례)의 구조 자체가 그 형식과 내용에서 삼위일체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도는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도록 초대하며,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은 사람"으로 부름받은 사람으로서 사랑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경배와 감사와 더불어, 참회와 기도 함께 하느님 앞에 나옴으로써 우리는 전례의 축하 행위가 우리의 행동과 일과, 말과 의례 동작을 통한 공동체적인 협력적 행위임과 동시에,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의 행동 안에서 활동하시며 우리를 새롭게 만드시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의 예배는 하느님께서 이루신 창조와 성육신, 그리고 구원 사건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예배는 이 모든 부분을 연관시키는 방식에 따라 구체화된 행동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참 좋은 창조 사건에 영광을 돌리며, 이 창조세계의 치유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이 거룩함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의 거룩함을 함께 축하면서 이 웅대한 사건을 기뻐하게 된다.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 세계가 죄와 인간의 탐욕과 폭력으로 훼손되는 것을 깨닫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흘러나오는 치유의 은총을 구해야 한다. 성찬례 안에서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새로운 변모의 부활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다시한번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며, 이 부서진 세계 안에서 그분이 주신 화해의 사랑을 증언하라는 힘을 얻는다.

    우리를 성령을 청원하여, 하느님의 미래에 우리 자신을 개방하고자 하며, 하느님께서 지닌 목적의 성취에 우리 자신의 방향을 돌리도록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예배의 종말론적 차원의 핵심임을 깨달아,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관계, 곧 성인들의 상통 안에서 세계의 모든 성공회 형제 자매들과 나누며, 모든 창조의 식구들 (오이쿠메네)과 나누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건 안에서 서로 대화하고 참여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신 그 일치를 좀더 완전히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예배가 교회의 역사적 신앙을 전수하며 보존하고 있다고 믿으며, 또한 우리가 가진 이성과 기억과 재능의 은사를 통하여, 이 시대와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지고 살아있는 신앙을 드러내는 전례를 가꾸어가는데 우리의 은사들을 활용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

    우리는 예배의 리듬, 즉 예배로 모였다가 다시 "밖으로 파송"되는 것이 하느님의 선교를 반영하는 것이며, 이 세계를 향한 하느님의 참여이자,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드라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배와 선교가 전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한다. (IASCOME 선언의 서언 "선교의 표지들" 참조)

    예배의 여러 길

    여기에 제시하는 네 개의 이야기는 세계 성공회에서 벌어지는 주일 예배에 관한 것이다. 어떤 것도 정확한 사실 묘사가 아니며, 그렇다고 순전히 상상에 기초한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저마다 성공회 정신의 지역적 표현을 그려내고 있다. (우선 다음 두 질문을 품고 이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 이 이야기들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전례 거행을 통하여 성공회 정체성을 경험하는가?
    - 성공회의 형제 자매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계 성공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어떻게 자라나는가?

    1. 성공회 버나드 미제키 교회 (Bernard Mizeki Anglican Church)

    주일 아침 매리와 체포는 함께 교회에 간다. 그 교회 이름은 버나드 미제키, 그 지역의 순교자 이름을 땄다. 매리는 그 교회가 있는 마을에 살고, 손자인 체포는 할머니를 방문하러 오곤 한다. (체포는 도시에 살면서 파크뷰에 있는 성 프란시스 교회에 다닌다.)

    예배는 8시에 시작하는데, 매리가 제단을 준비하는 일을 맡아서 좀 일찍 왔다. 교회 위원들이 이미 나와서 모든 것을 펼쳐 놓고 있었다. 매리는 제대포 등을 골라 정돈하고 촛대와 성작 등 제대에 쓰는 여러 성물들을 준비한다. 체포는 한 교회 위원과 동네에서 최근 일어난 소식들을 챙기기에 바쁘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사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오고 있는 참일게다. 이번주는 그가 버나드 미제키에 올 차례이다.

    좌석에 성가책이나 기도서가 없다. 대신 사람들이 집에서 성가와 기도서를 가지고 온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성가가 시작된다. 몸을 흔들면서 함께 노래한다. 조용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계속 도착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제대를 두고 교회 오른쪽에는 남자들이 앉고, 여자들은 왼쪽에 앉는다. 어머니연합회 회원들은 하얀 셔츠에 검은 치마, 그리고 어머니연합회 배지를 달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체포는 도시 교회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앉지만, 이곳 고향 동네에서는 할머니와도 같이 앉을 수 없다. 성가대와 전례 봉사자들은 뒤쪽에서 옷을 입고 준비하고 있다. 지금쯤 사제가 도착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사제 없이는 시작할 수 없는 노릇.

    사제가 도착하고 예복을 다 입자 준비 신호가 나가고, 성가대는 노래를 멈춘다. 부를 성가를 세가지 언어로 소개한다: 영어, 이시조사어, 그리고 세츠와나어이다. 모두 "영광의 주시여"의 번역이다. 반주없이 성가가 시작되고, 전례 봉사자들과 성가대들은 성당 중앙 입구에서 입당 순행을 시작한다.

    사제와 전례 봉사자들은 세츠와나어로 된 "성공회 기도서"로 예배를 인도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세츠와나어로 응한다. 영어와 이시조사어로 된 책의 페이지도 똑같다. 성서 독서는 당일 성서정과에 따라서, 세츠와나어로 읽는다. 사제가 복음 독서를 준비하는 동안 성가대가 노래를 한다. 교회는 작지만 사제는 복음을 읽기 위해 성서를 들고 사람들 가까이로 간다. 설교가 시작되기 직전, 어린이들은 주일학교를 하러 밖으로 나간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늦은 10대나 좀더 나이든 몇분이 있다. 어린이들은 영성체 시간에 축복을 받으로 돌아올 거다. 설교는 세츠와나어로 한다. 그러나 교인들 중에 혹은 전례 봉사자 가운데 하나가 이시조사어로 통역을 해준다. 설교자와 똑같이 몸짓도 따라서 한다. 상당히 긴 설교이다. 한달 동안 설교가 없었던 탓이다. 이 시간이야 말로 신자들을 교육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신자들의 기도는 기도서에 나온 네가지 양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기도를 전후로 성가가 있다. 기도에는 그 지역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로즈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다, 학교 교과서가 제 시간에 도착했으면, 2주일 후에 주교님이 오셔서 베풀 견진성사를 위하여, 견진받는 이들을 위하여… 체포는 도시에 있는 자기 교회에 방문하셨던 주교님이 이곳에도 오실 것을 알게 된다.

    기도가 끝나고, 사목 광고 시간이다. 견진성사와 주교님 방문, 그날 행사를 위한 특별 음식 마련, 봉헌꽃을 위한 헌금, 목요일에 있을 어머니 연합회 모임 광고 등이다. 그 다음 평화의 인사가 있다. 사람들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다.

    봉헌 시간이다. 교회 위원 한명이 헌금 접시를 앞에다 갖다 놓고, 사람들은 성가를 부르며 춤을 추면서 나와 헌금을 하고 간다. 매리 할머니와 체포는 체포가 집에 온 것을 기념해서 성찬례에 쓸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온다.

    사제는 성찬기도를 노래한다. 복잡한 몸동작과 함께 아주 여러번 십자가를 긋는다. 사람들도 응송을 하고 주님의 기도를 한다. 영성체에 여자들이 먼저 나온다. 체포의 사촌 페이션스는 아기때문에 자리에 남아있다. 그 다음은 남자들 차례. 그 다음에 아이들이 영성체 마지막에 축복을 받으러 나온다.

    그 다음 성가를 더 부르고, 축복과 파송선언이 이어진다. 모든 전례 봉사자들이 퇴당 순행을 하여 밖으로 나간다. 사제와 전례 봉사자들, 성가대들과 함께 마침기도를 드리고, 성가대원들은 교회 안으로 들어가서 신자들과 같이 노래하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 동안 사제는 신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물론 모두 차 마시는 시간이 있다. 어머니들이 교육실로 가서 물을 끓이고 밖에는 탁자를 준비한다. 함께 나누려고 가져온 케이크를 내놓는다. 모두들 바쁘다. 서로 소식을 묻느라, 차를 마시느라, 조의금 내느라, 그리고 체포가 도시에서 어떻게 사는지 묻느라...

    2. 성공회 성 매리 교회 (St Mary’s Anglican Church)

    크리스와 소피는 고교회식 미사를 드리러 일찌감치 도착한다. 밖에 있는 게시판을 보니 아침 11시에 시작이다. 교회에 들어가자 아주 친숙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유향을 피우는 냄새다. 게시판에는 주교좌성당에 있을 큰 행사 포스터도 붙어 있고, 성령강림절에 있을 순례 행사 안내도 있다.

    두 명의 교인들이 성가책과 예배 순서지, 그리고 성가와 광고를 안내하는 한장짜리 종이를 나눠주고 있다. 오늘 교회를 방문한 크리스와 소피는 뒤쪽에 자리잡는다. 그 앞에는 편한 차림을 한 남자가, 뒤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여자가 있다. 그이는 무릎을 꿇고 손에 묵주를 들고 있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똑같은 내용의 순서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아이들은 또 그날 독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종이 한장을 더 갖고 있다. 성당 옆쪽에는 아기 예수을 안고 있는 마리아 상이 자리한 아주 아름다운 채플이 있고, 그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촛불을 켜서 봉헌한다. 성당 앞에는 붉은 색 캐석에 하얀 소백의를 입은 세 사람이 성작을 준비하고 있고, 의례에 따라 정돈된 촛대에 불을 붙인다. 제대를 지날 때마다 늘 절을 한다.

    아침 11시, 뒤에서 종이 울리고 모든 사람이 서자, 오르간이 입당 성가를 연주한다. 유향이 앞서고, 십자가, 촛대에 이어 성가대와 성직자들이 입당하는 동안, 모두들 성가를 부른다. 사람들은 십자가와 사제가 지나가는 동안 절을 한다. 모든 것이 매우 엄숙하고 격식을 차린 듯하다. 별 안내도 없고 아무런 말도 없는데도 모든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있을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세 명의 성직자가 모두 서로 어울리는 예복을 입고 있다. 오늘 집전 사제는 여자다.

    말씀의 전례는 모두에게 익숙한 기도로 시작한다. "전능하신 하느님,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과 소원을 다 아시고...." 사람들은 일어섰다 무릎꿇었다 하는 등 전례 동작에 매우 익숙하다. 크리스와 소피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눈치껏 따라서 한다. 제 1독서를 하는 동안 모두들 앉는다. 한 여자가 자기 성서를 가지고서 독서대에 올라온다. 독서를 안내하고 그이는 아주 옛 번역본 성서에 따라 읽는다. 사람들은 그이의 특이한 행동을 잘 알고 있는 듯 슬핏 웃음을 보인다. 복음 독서를 위한 시간에는 매우 장엄한 순행이 있다. 사제는 설교대에서 약 10분 남짓 설교한다. 복음 독서에 기반하여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우스개가 섞인 설교이다. 신경이 끝나고, 좀 긴 침묵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소피와 크리스는 자기 기도 제목을 두고 기도하곤 한다. 기도는 성모경으로 끝난다.

    그런 다음 평화의 인사를 하러 모두들 일어선다. 사제가 앞으로 일어서서 평화의 인사를 이끈다. 사람들은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과만 악수를 한다. 뒤에 있던 아이들도 크리스와 소피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안내 없이 다른 성가가 시작되고, 옆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헌금 접시를 돌린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줄을 이어서 면병과 포도주를 갖고 제대로 향한다. 더 많은 유향을 사용하고, 사제와 신자들를 향해서도 향을 쓴다. 전례 봉사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사제는 성찬기도 첫부분을 노래하고 신자들은 모두 노래로 응한다. 성찬기도가 진행되면서, 종이 울리고, 그 순간 온 마음을 쏟아 경의를 표하는 분위기가 마련된다.

    주님의 기도가 끝나고, 모두들 성가를 부른다. 옆에 준비하고 있던 이들은 소피와 크리스에게 성소에서 영성체를 한다고 안내해준다. 사람들은 궤배를 하고 절을 한 다음, 거의 자동적으로 십자 성호를 긋는다. 어린이들도 영성체를 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매우 조심스럽게 십자가를 긋는다. 영성체 후, 자리에 돌아가서 꽤 긴 시간의 침묵을 갖는다. 사람들은 이 시간에 매우 익숙한 듯 하다. 강복이 있기 전에 사제는 미사 후 사제관에서 열리는 주일 친교 시간에 모두를 초대한다고 광고한다. 간단한 케이크와 쿠키, 그리고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단다. 모두들 일어서서 "나그네와 같은 내가"를 부른다. 크리스는 사순절에 맞는 노래가 아닌가 잠시 생각한다. 성가대와 성직자들이 퇴당하고 오르간 후주가 크게 울려퍼진다. 아이를 데리고 왔던 여자는 크리스와 소피를 안내해서 사제관 친교 장소로 같이 간다.

    3. 성공회 성 마르코 교회 (St Mark’s Anglican Church)

    주일 아침 10시 30분, 대학생들이 성 마르코 교회에 아침 예배를 드리러 몰려온다. 건물 밖 게시판에는 이미 아침 일찍 이곳에서 1662년 기도서에 따른 성찬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오후 8시에는 청소년 에배가 있을 것이다. 성당 뒤쪽에 있는 책꽂이에는 검은색 표지의 작은 책들이 몇권 꽂혀 있다. 필시 이른 아침 미사에 사용된 것이었으리라. 바닥은 카펫이 깔려 있고, 벽에는 성서의 말씀이 적힌 배너가 드리워져 있다. 도우미들이 의자를 옮기느라 바쁘다. 이른 아침 미사에 사용된 배열에서 반원형으로 의자 배치를 하려는 참이다. 이러면 모두들 앞에 있는 놓여 있는 스크린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도우미들은 곧 있을 행사 안내와 기도 내용이 적힌 종이를 나눠 준다. 지금 드리는 예배에는 책이 필요없다.

    예배 시작 전, 도시 거리 광경 사진들과 어린이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화면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스크린에 비친다. 나중에 이 스크린에 노래 가사와 기도 내용들도 비치게 될 것이다. 건물 내부 앞쪽으로 성찬 식탁이 마련되어 있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지는 못한다. 뮤직 밴드 자리가 그 앞쪽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토요일 오후를 모두 투자하는 아주 재능있는 사람들이 마련한 것이다. 음악은 매우 소리가 크고, 하느님을 찬양한다는 내용이 가사의 대부분이다. 음악 자체로 보면 헤비 록 스타일에서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예배는 힘있으면서 매우 반복적인 시작 성가에서 좀더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옮겨간다. 그 와중에 한 인도자가 기도를 하며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하느님의 말씀에 잘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도록 해달라고 빈다. 이리하여 예배의 가장 중심점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바로 설교이다. 여러 사람들이 사목자가 설교하는 동안 좌석에 준비된 성서를 뒤적이며 그 내용을 찾아 본다. 어떤 이들은 받아 적기도 한다. 설교이 중요한 내용들, 그에 따른 성서 구절, 혹은 동영상 내용들이 설교가 진행되는 스크린에 비친다. 설교는 사도 바울로의 로마서 강해이다. 설교가 끝난 뒤, 젊은이들 사이에서 즉흥적인 기도 내용과 간증이 쏟아져 나온다. 기도 인도자 한사람이 진행을 조율한다. 아마 성직자인 것 같다. 한데 여느 사람들처럼 편한 옷차림이다.

    기도에는 교구 주교님을 위한 것도 있고, 교구가 지원하고 있는 아프리카 주교의 방문에 대한 것도 있다. 광고 시간에, 루마니아의 어린이 집 운영을 위해 교회가 보낸 가정을 위한 기도 요청과, 잠시 그 지역에 방문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숙박 시설을 제공해달라는 안내가 있다.

    예배 후, 멋진 커피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좀더 머물러서 다음 예배를 준비할 사람에게는 피자도 제공된다. 벼룩 시장, 공정 무역 거래 상품 팔기 등의 행사가 있고, 또 빈곤국가들의 국제 채무 탕감을 위한 서명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4. 성공회 성 요한 교회 (St John’s Anglican Church)

    일본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인구는 매우 적다. 많은 수의 일본인들은 신도 사당에 가서 봉헌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일년에 한번 새해 첫날에 하고 만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이 그리스도교회를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다. 많은 이들이 보기에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의 차이는 그리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성공회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사람들이 "일본 성공회"라는 말을 들으면 대뜸 그게 로마 가톨릭이야 개신교야 하는 의문부터 갖는다. 그래서 성공회 성직자들이나 신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가톨릭인데, 로마 가톨릭은 아니다. 와서 직접 봐라. 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다."

    아키도는 중학교 여학생이다. 첫 인상은 교회 건물에 관한 것이다. 또 멋진 성가와 오르간 음악에 반한 면도 있다. 작은 시골 교회 옆 창가에서 한참이나 서서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듣곤 했다. 그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심하고, 주일 10시 30분 예배에 참석한다.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안에 들어서자 그는 내부의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교인들은 문 옆에서 인사를 하며 그를 맞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교회 처음 나오시는거에요?" 연로한 남자가 세 권의 책을 건네준다. 기도서, 성가, 그리고 성서독서집-가해. 거기다가 "오늘" 주보도 준다. 아키도는 약간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 노인은 친절하게 자리까지 안내해준다. "마음 편히 가져요. 사람들은 성가를 부를 때 일어서고, 들을 때는 앉아요. 기도할 때는 무릎을 꿇기도 해요. 하지만 하고 싶은대로 해도 돼요."

    10시 30분, 예배가 시작된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서서 성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사목자들은 이상한 옷을 입고서 앞까지 순행한다. 예배 동안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새롭기만 하다. 때로는 이상하게도 느껴지기도 한다. 사목자들과 신자들이 함께 기도를 말하고 서로 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예배가 끝나고, 성직자는 아키도를 신자들에게 소개하며 말한다. "이 교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 나이가 많이 들어보지 않은 여인이 아키도에게 와서 예배를 드린 느낌이 어땠냐고 물으며 말한다. "우리 점심 먹을 건데, 시간 있으면 함께 해요. 오늘은 우동이에요." 아키도와 비슷한 또래의 두 세사람의 여학생들도 역시 다가와서 환영 인사를 하고 함께 가자고 한다.

    교회에 처음 간지 몇달 후. 이제 아키도는 그 교회의 주일 예배에 거의 매주 출석한다. 어떨 땐 교회 안에 아주 조용히 앉아만 있지만, 아주 조금씩 기도하는 것도 배운다.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힘들어 하는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드리곤 한다. 지금까지 매주 다른 사람들이 병 중에 있는 이들, 어려움 중에 있는 이들,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을 봐왔던 탓이다.

    처음에 아키도는 종교적 신앙이란 매우 개인적인 문제라 생각했다. 그저 개인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 아키도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단지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예배를 통해서, 교회의 교인들과 만남을 통해서, 그는 자신이 한 가족, 하느님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낀다. 아키도는 세례를 받고 교회에 정식으로 소속할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는 거기에 어떤 신비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어떻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힘으로 자신의 삶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토론을 위한 질문들

    이야기를 읽는다. 모임에서라면 한 사람이 천천히 크게 읽도록 한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가 실제로 상상 속에서 그려지도록 해본다. 이야기를 두고 잠시 동안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그 이야기가 저절로 마음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볼 수 있겠다. 답변하는데 시간을 좀 둔다. 모임에서라면 침묵 속에서 생각하고, 그런 다음 서로들 자신의 느낌을 나눌 수 있겠다. 사람이 많다면 대여섯 명 정도로 조별 모임을 갖는게 좋다.

    1. 이 이야기는 당신의 예배 경험을 얼마나 반영하는가?
    2. 당신은 이 예배의 분위기와 배치들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가?
    3. 이 이야기에서 어떤 요소를 특별히 성공회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요소들이 당신이 보기에 성공회와 거리가 있는 것인가?
    4. 이 이야기들에 들어있는 예배의 형태들이 성공회의 일치에 도움을 준다고 보는가, 아니면 이를 혼란시킨다고 보는가?
    5. 이 이야기의 관점에서 볼 때,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예배에서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은 어떤 부분인가?
    6. 이 짧은 삽화들은 세계 성공회가 지닌 예배의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라는 우리의 소명에 대한 희망을 잘 드러내는 성공회 예배는 어떤 것인지 적어 보도록 하자.

    원문: http://www.anglicancommunion.org/liturgy/docs/ialc2005statement.htm
    번역: 주낙현 신부 (2007-09-04-rev.1)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07년 9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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