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타교파 신자 영접 및 타교파 성직자 전입

    성공회와 같은 전례적 전통의 교회에서는 성사(sacrament)의 여부는 신자 생활과 그 자격에 중요한 문제이다. 그 중요성을 여기서 따지지는 않겠고, 사목 현장과 교회의 질서 안에서 경험하는 두 가지 문제를 예를 들어서 살펴본다. 교회 안에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나는, 견진성사의 문제, 타교파 신자 영접식, 그리고 타교파 성직자 전입의 문제이다. 이는 모두 독립적인 문제인데, '하나'로 본 것은, 그 해결의 원칙이 같기 때문이다. 그 원칙을 되새겨서 그 혼란의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또, 여기서는 그 문제의 맥락인 '예식'에 한정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여기서는 견진성사 자체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 또 성직에 대한 이해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지 않고, 사목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만 다루겠다. 필요하면, 다른 기회에 그 신학적 질문들은 발전시켜 볼 수도 있다.

    다시 문제의 사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성공회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파에서 세례받은 이는 어떻게 성공회 신자가 되는가?
    2) 다른 교파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의 경우, 성공회는 그 견진성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3) 다른 교파의 성직자가 성공회 성직자가 되고자 할 때, 그에 합당한 성직자 전입의 예식은 어떤 것인가?

    사례 1: 성공회가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 전통의 교파에서 세례받은 이들은 어떻게 성공회 신자가 되는가?

    한국 성공회는 2004년 기도서를 통해서 성공회가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파에서 받은 세례를 인정하고, 이들을 성공회 신자로 맞아들이는 '타교파 신자 영접식'이라는 예식을 기도서 '부록'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그 목표는 '영성체' 참여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신앙 생활을 하지 않던 냉담신자를 위해서도 이 예식을 변형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성공회 신앙 전통을 교육하고 준비시켜 되도록 빨리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사목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또 냉담신자도 이런 예식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되새길 수 있으니 새로운 다짐과 시작에 좋은 일이다. 그러나 냉담신자의 경우 그가 세례만 받았는지, 견진성사까지 받았는지에 따라서 이 예식을 다르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사례 2: 다른 교파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그리스도교 신자의 경우, 성공회는 그 견진성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시 견진성사를 베풀어야 하는가? 아닌가?

    1) 견진성사가 없는 한국 개신교 출신의 신자 대부분이 해당된다. 견진성사를 받은 적이 없으니, 일정한 교육을 받은 후, 견진성사를 받는다.

    2) 천주교나 정교회(정교회는 독립적인 견진성사가 없이, 입교례 Christian Initiation [세례-도유-성찬례] 에 포함되어 있다.)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가 성공회에 왔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견진성사는 그 자체로 논란이 많으나, 현재 상황에서 성령의 표지를 나눔으로써 성숙한 신앙으로 자라나고 신앙을 굳건히 하려는 의미의 성사로 일단 이해한다. 게다가 이 성사는 교회 일치의 상징인 주교가 이 성사를 집전하고 기름 바르며 안수함으로써, 교회 공동체와의 연합을 더욱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이 말은 견진을 받아야만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세례와 위의 타교파 신자 영접식으로 이미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타교파에서 견진성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교회 공동체와의 연합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이 견진성사의 맥락에서, 타교파에서 견진을 받은 신자를 받아들이는 순서가 자리 잡으면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성공회 2004년 기도서에는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 견진성사의 예식대로 다 받으라는 말인가? 분명 위의 타교파 신자 영접식은 견진성사에 준하지 않고,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대안은 해당자들을 견진성사 안에 초대하되, 기름 바르는 예식은 하지 않고, 그 순서 부분에서 환영의 말과 축복의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 기도서에 이 내용이 없다하더라도 교회는 교구 의회와 관구 의회를 통하여, 혹은 주교의 지침에 따라 해당 기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성공회 안에서 이미 견진을 받았으나 냉담했던 신자를 위한 예식도 이 맥락에서 해야 할 것이다.

    사례 3: 다른 교파의 성직자가 성공회 성직자가 되고자 할 때, 그에 합당한 성직자 전입의 예식은 어떤 것인가?

    1) 성공회는 현재 대부분의 개신교 전통의 교회 직제를 성직(Holy Order)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개신교 출신의 안수 받은 목회자는 성공회 성직서품성사에 따라 서품받아야 한다.

    2) 성공회는 이른바 사도적 계승의 전통에 있는 그리스도교파의 성직 유효성을 인정한다. 한국 성공회는 그 교파의 목록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천주교, 정교회의 대부분 교회가 이에 포함된다.

    3) 그렇다면, 2)에 해당한 전직 성직자가 성공회로 전입하고자 할 때 어떤 예식의 맥락에서 성공회 성직자로 인정되는가? 후보자가 성공회로 전입하는 여러 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공회 신자가 되기 위한 절차, 교회의 (성공회) 성소 식별 기간, 주교의 검토와 허락, 특정한 교육 기간, 그 밖의 조사(심리조사, 과거행적 조사)를 거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식과 관련된 부분은, '성공회 신자가 되는 절차 예식' 그리고 '성공회 성직자로 인정되는 예식'이다.

    한국 성공회에는 몇 번 성직자 전입 사례가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처리가 매우 불투명한 것 같다. 그러니 예식에만 한정하여 다음과 같이 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 개신교에서 안수받은 목회자는 그 교파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확인하고, 타교파 신자 영접식을 하고 영성체에 참여하며, 교육을 거쳐 견진 성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뒤 성공회 서품 과정에 따라, 부제 서품과 사제 서품을 받아야 한다.

    - 위에서 말한 사도 계승 전통의 교회, 즉 천주교와 정교회의 전직 성직자는, 그 교파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확인하고, 타교파 신자 영접식을 하고, 영성체에 참여하며, 교육을 거쳐 견진 성사에 참여하고, 주교의 영접 기도를 받는다.

    - 위에서 말한 사도 계승 전통 교회의 전직 성직자는 위의 과정을 다한 뒤에, 성공회 성직자(부제/사제)로 전입된다. 이때 이 전입의 맥락은 위의 세례/견진의 맥락과 같이, 서품성사의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품 성사의 모든 순서에 참여하되, 서품 서약과는 다른 성공회 공동체 안에서 성공회 성직자로서 서약하는 예문에 따라 서약한 뒤, 안수 과정을 생략하고 성공회 성직자로 축복의 기도를 받으면 될 것이다.

    - 몇 가지 문제: 실제로 두 가지 문제에서 혼란스럽다고 들린다.

    첫째, 전입 대상 성직자가 이미 성직 서품까지 받은 마당에 견진성사에 준하는 영접식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 성직 전입식 과정 속에서 모두 겸하여 해소될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신자와 성직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다른 교단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는 견진에 준하는 영접을 받는데, 전직 성직자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는 말은 세례받은 모든 신자의 평등성이라는 점에 위배되는 일이다. 모든 성직자는 동등한 세례를 나눈 모든 신자에게서 나온다.

    둘째, 성직서품에서 특별히 안수받지 않을 바에야 굳이 서품식에 해당자를 참여토록 할 필요가 있는가, 혹은 복종서약이나 성직서약을 공개적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매우 특수한 사정에서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성직 서품 성사의 맥락 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 교단 전통의 성직자는 같은 '맥락' 안에서 교회로 서품을 받는 것이다. 이 점을 충분히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성직자의 전입이 주교 개인 앞에서 하는 복종 서약이나 성직 서약으로 축소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안의 ’맥락'을 상실하면 그 의미가 축소되고 왜곡을 낳는다.

    요약

    - 누구든지 성사의 전체 맥락을 따라 신자 생활과 그 성장을 향유하도록 이끄는 것이 좋다. 그것이 전례적 전통의 교회가 신앙을 이끄는 주된 방법이다.
    - 그런 점에서 어떤 신자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세례와 견진이라는 '맥락' 안에서, 필요하면 그에 준하는 의례를 통하여 교회의 신앙 생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 그러므로 타교파에서 견진을 받은 신자는 견진성사의 맥락 안에서, 견진성사에 준하는 영접 예식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전입하는 타교파 신자와 성직자 모두)
    - 그러므로 타교파에서 서품을 받은 성직자는 서품성사의 맥락 안에서, 서품성사에 준하는 전입 예식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 사목자들은 이 원칙과 과정을 숙지하여 신자들에게 안내해야 한다.

    논평 요청: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살펴서 고치겠습니다.

    원문 작성: 주낙현 신부 2010년 5월 30일 오전 9:00 (한국시각)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10년 6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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