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성공회식 차례예식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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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명절을 앞두고 조상제사에 대해 가볍게 짚어 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이 주제를 제안하기 위해, 제가 기억하는 상식에 준해 기술한 것이며,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는 글쓰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통의 제사는 유교식의 제사라 할 수 있습니다.
    상을 차리고 별세한 조상을 불러 예를 올리며 식사대접을 하는 예식입니다.

    불교에서는 별세한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개념이 아니라, 조상에게 불법을 전하여 삼보에 귀의하도록 하는데에 초점이 있다고 합니다.
    상을 차리고 절을 하나, 육류와 수산물은 배제하고, 술대신 차를 올립니다.
    그리고 불경을 욉니다.

    천주교에서는 아직 정형화 된 예식은 없으나 실험적인 예식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는 절을 올리고, 밥공기에 숟가락을 올리고, 성경을 읽고, 국을 치우고 숭늉을 올린 후에 절을 하는 식의 유교식 제사를 그대로 모방한 예식도 있는 모양입니다.

    성공회는 제2바티칸공의회의 결정을 존중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그리해왔는지는 모르나 진설과 절을 드리는 것은 용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제사 혹은 추도식과 관련되어 출판된 예식문은 2개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매일기도"에 나온 "제사" 부분이 있습니다.
    진설은 간소하게 하되,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교제를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고,
    절은 남녀 가리지 말고 나이순서대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2004년 성공회기도서에 나온 추도예식입니다.
    대부분 "매일기도"의 그것을 따르고 있으나, 절하는 곳을 특별히 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불교, 천주교, 성공회 모두 유교식 제사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불교의 경전 중에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말도록 하고 있는 경전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인 유교식 제사를 아예 무시할 수 없어 '간소화'에 장점을 두고 홍보합니다.
    유교 역시,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자를 더 크게 대접하는 허례허식과 기복적인 점이 부각되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천주교는 제사의 틀이 아주 다양한데 일치된 것은 없어 보입니다.
    특히, 진설된 밥에 숟가락을 올려 놓는 것까지 허용하는 점은 놀라울 뿐입니다.

    성공회의 경우, 기도서의 추도예식을 따르거나, 성당에서 별세기념성찬례를 드리는 것이 좋겠으나 명절에 성공회식 추도예식을 하는 가정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특히, 절에 대해서 보수화 된 경향이 있는데, 절은 몇번하는지, 예식순서 어느 곳에서 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교회에서는 명절 별세기념성찬례를 마친 후에, 제대 앞에 유향과 향합을 두고, 가족별로 나와서 가장이 향합의 향을 조금 떠서 분향하고 가족들이 함께 절을 두번 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 전통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추가로 용어에 대한 문제입니다.
    "별세성찬례" "별세기념성찬례" "설명절 별세기념성찬례" 대략 이렇게 됩니다.
    '기념'이라는 말을 넣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별세성찬례'는 '장례성찬례'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기념'이란 말은 기억하고 되새기는 의미는 있으나 축하하는 의미이거나 기념할만한 큰 축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별세일은 축하하는 의미도 아니고, 기념할만한 사건인 경우도 드뭅니다.
    물론, 신자의 죽음은 고통이 끝나고 부활의 소망을 담고 있으니 축하하고 기념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죽음 자체를 축하하는 것은 아니기에 별세일을 기념한다는 말이 어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별세자추모성찬례"나 "추모성찬례"가 좋을 것 같습니다.

    2011년 2월 2일 #
  2. ochlos / 연이어 고민스러운 사례와 생각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서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여러 예절과 관습의 틈들이 많습니다. 기도서가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만은 없고, 부가적으로 "사목 예식서"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기도서는 편의 때문에 전통적인 기도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몇몇 사목 예식을 다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례에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용어 문제

    주신 의견에 동감합니다. 성찬례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명칭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선 "추모 미사"나 "추모 성찬례" 정도로 간단히 하면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가 아닌, 가족의 행사로 지킨다면 "추모 예식" 혹은 "추모 예절"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추석(설) 조상 추모 예식(예절)," 그리고 특정인의 기일에 드리는 경우는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추모 예식"이라 하면 될 것입니다.

    "미사"(성찬례)일 것인가? 가족 예식일 것인가?

    지난번에 신년 맞이 예배에 관한 글에서 스치듯 언급했지만, 설이나 추석, 그리고 기타 추모의 경우, 이 모든 것이 가족의 행사였으면 합니다. 다시 말해서 '가족의 행사는 가족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http://liturgy.skhcafe.org/topic.php?id=615#post-1117 )

    (한국) 성공회에서 왜 매년 추모 예식이 교회의 행사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서양의 관습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체로 교회가 어느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을 시기나 문화의 상황에서는, 교회 안에서 이러한 추모 예식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그런 형편이 아닙니다.

    추측하기에는, 선교사들이 기존의 조상 제사 관습을 염려하고 이를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상 제사를 교회로 끌어들여서 교회의 예법대로 하면, 이른바 조상 제사와 관련하여, 선교사들이 보기에 미심쩍은 한국의 전통을 중지시킬 수 있고, 교회에서 미사를 통한 교육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었겠다고 봅니다.

    그 관습의 유래가 어떠하든 간에, 지금으로서는 일반적으로 둘 다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니 가족에게 돌려주었으면 합니다.

    신학의 문제 - "성도의 상통"

    우리 기도서(2004)는 추모 예식의 신학적 근거를 "성도의 상통"(communion of saints)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806쪽). 전통적인 조상 제사를 그리스도교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신학적인 원칙이요 접점이라고 봅니다. "성도의 상통"에 대한 이해의 넓이에 따라서 조상 제사와 그 토착화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성도의 상통" 신학에 대한 이해의 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첨언: 한국의 여러 개신교가 제사 문제와 마찰하는 것은 바로 개신교 신학에서 이 신학에 대한 전통과 이해가 편협하거나, 왜곡되어 있거나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동안 토착화 논의에서 조상 제사와 성찬례를 비교하여 연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상 제사 문제의 토착화를 위한 신학적 기초와 전통은 '성도의 상통' 신학입니다. 우리 기도서는 이 점을 아주 잘 선언하고 있다고 봅니다.

    진설과 절의 문제

    "성도의 상통"의 신학을 널리 적용하면, 진설(상차림)과 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조상 제사가 그리스도교 신학과 가장 충돌하는 부분은 신위와 초혼(강신), 그리고 그 이후 '조상 신'의 실질적인 참여를 염두에 둔 몇몇 순서 등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순서와 의미들은 아주 철저한 '유교의 제사법'을 따르는 경우에나 해당할 뿐, 그 실제 실행도 다양하거니와, 이를 지내는 일반 사람들의 이해와 의견도 사뭇 다릅니다. 지방의 풍습에 따라 그 이해가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충돌하는 몇몇 중요한 전제들을 제거하면, 그 이후의 행동들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도 너그럽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즉, 신위, 초혼(강신)에 대한 관념과 그에 따른 일부 행동을 제거하고(실제로 그렇게 믿으면서 제사를 지내는 이들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념과 추모를 더욱 부각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때 진설이나 절의 문제도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성도들의 상통"을 받아들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보면 이 진설과 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추모 예식 절차의 문제

    기도서에 제시된 추모 예식은 그 순서에서 전통적인 조상 제사의 순서나 행동 요소에 대한 지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가족의 관례에 따라 차례/제사를 (거의 말없이 행동으로만) 지내고, 나중에 독립적으로 추모 예식문을 따르라는 지시로 들립니다.

    다른 식으로 이해한다면, 진설과 절만 용인하고, 그 나머지는 추모 예식을 따르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식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마련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전통적인 조상 예식(현학적으로 마련된 비현실적인 엄격한 유교적 제사법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수준)의 순서에 따른, 몇 가지 선택적인 지침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특정된 예식문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러한 선택 사항을 열거한 지침서를 마련하는 것이 가족의 상황과 그 결정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가족은 아예, 진설이나 절 등을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고(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가족일 경우), 또 전통적인 조상 제사의 순서를 따른 후에, 간단한 추모 예식으로 시작과 결말로 삼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간소화된 조상 제사의 각 순서에 맞는 기도와 지침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 권한은 가족에게 주고, 성직자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때 성직자는 자신의 신학적 지향에 따라 사적인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우리 교회 전통의 줄기에서 이해한 '성도의 상통'에 대한 신학적 이해에 기초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필요한 순서에서 절은 한다면, 전통적으로 하던 두 번 절을 하는 것이 좋겠고, 여성들에게 네 번을 요구하던 관습을 동등하게 두 번으로 통일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교회에 모여 추모 미사를 드리는 전통이 강한 교회나 지역에서는, 그 전통을 따르도록 하되, 되도록 그것이 마을이나 동네의 공동체 행사의 일환이 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 옛 제사의 전통이 그랬듯이, 그것은 가족의 행사이면서, 이를 통해 나누어 먹는 일에서는 공동체의 행사였던 점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조상 제사의 관습과 더불어 문제가 되는 여성의 가사 노동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조상 제사를 하든, 추모 예식을 하든, 여전히 명절을 위한 여성의 노동이 훨씬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조상 제사를 따른다면 그 짐은 더해질 것입니다. 이 점에서 진설 자체를 '음복'에 맞춘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즉 조상 제사를 따르는 진설이나, 추모 예식 후에 먹는 음식이 달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훌륭하게 정리된 문제 제기와 제안에 기대어 몇 마디 거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ochlos 님. :-)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11년 2월 7일 #
  3.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옛날 글을 들추어 보게 됩니다.
    설이나 추석이 가족의 행사였으면 좋겠다는 신부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한국의 상황은 "사제의 의무" 혹은 "미덕"으로 정착되어 있는 경향이 짙습니다. ^^;

    추모예식에서 가족들이 뭔가 특별하게 예식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리 별세자 명단을 확인하고, 사제가 별세자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하는 순서 외에는 참례자가 예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순서가 없는 점이 조금 아쉽다는 것입니다.
    물론, 본기도나 특정문, 의향이 있기에 미사전체 속에서 추모예식에 참여하는 것이 되겠지만, 보통의 감사성찬례와 다를 바 없어서 그 지향이 제대로 살려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첫 글 중에 '미사 후에 가족들이 나와 분향하고 절하는 풍습'은 아마도 천주교로부터 전래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성도의 상통'의 신학에 기초하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전례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천주교의 한가위 추석명절 미사 모습을 링크합니다.

    http://ch.catholic.or.kr/suyu1/html/bon/festival_moon_05.htm

    제대 앞에 상차림을 하고, 분향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약간 이교도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2011년 9월 6일 #
  4. srjemma
    회원

    교회에서 추석별세미사를 보고와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이곳에 왔더니 같은 생각을 먼저 나누신 분들이 계시네요. 오늘 저희 교회에서는 애찬을 나누면서 추석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추석을 한가위, '한 해의 풍성한 추수를 기뻐하고 조상을 기리며 감사하는 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제가 드린 추석미사는 '별세미사'였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명절에 추모하고 싶은 별세한 가족, 친척들의 명단이 있습니다. 신부님이 미사전에 이 분들의 이름을 불러주시면 우리는 우리가 아는 그분들을 기억하며 미사의 의향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봉헌시간에 제대앞에 나와서 분향을 하고 침묵기도를 드립니다.

    분향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좋습니다. 예배에 수동적으로 참석하다가 더 적극적으로 '추모'를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깊은 위로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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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주신부님께서 추모예식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교회안에서는 미사, 성찬식 두 용어가 혼재하고 거기다가 별세기념이라는 용어까지 합쳐지니까 더 헷갈립니다. 가끔 '별세를 기념할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직 '추모, 추도'라는 용어는 입에 익지 않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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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제가 추석을 보내면서 느낀 궁금증은, 성공회 교회는 추석예배의 의미가 '별세자를 위한 추모예식'에 더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한데, 그러면 전통적인 '추수'에 대한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

    성경이나 시편에는 추수에 맞는 구절을 쓰던데, 예배를 보며서 드는 느낌은 한지붕 두가족,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추도와 추수, 어떻게 공존하는 것이 좋을까요

    2011년 9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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