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주낙현 신부와 함께 하는 전례 여행

    9. 전례 운동 1 - 성공회의 이상과 공헌

    종교개혁 이후 근대 사회로 발전하면서 개인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가 서로 다투는 일이 잦았다. 위치가 역전되어, 종종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의 가치를 밀어내곤 했다. 사회생활이든 신앙생활이든 그동안 집단과 공동체가 개인의 자유와 신앙을 억압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지 않고 대립하면 개인과 공동체 모두 위험에 빠진다. 개인 신앙의 자유가 교회 전통을 배척하면, 교회는 이를 위협으로 여겨 그 자유를 억누르려 한다. 반대로, 교회가 교권으로 통제를 일삼으면 개인은 교회와 전통을 멀리한다. 사회와 종교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 와중에 서로 더욱 배타적이 되고 마음은 옹졸해진다. 이를 넘어서는 길이 가능한가?

    ‘근대 전례 운동’은 그 길을 찾으려는 하나의 시도였다. 이 운동은 19세기 중반 성공회와 천주교에서 일어나서 지난 20세기 내내 다른 개신교회들에 영향을 끼친 전례 쇄신 운동이다. 성공회 종교개혁과 그 이후 여러 경험은 이 운동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전례를 통한 교회 개혁과 교회 일치를 이상으로 삼고, 여러 개인의 다양한 신앙 경험을 공동 예배를 통하여 공동체의 경험과 신학으로 안내하려 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교회가 서로 배척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멀리하면서 갈등과 혼란이 심해지던 시기에 성공회의 이상과 경험은 더욱 중요했다.

    전례 쇄신과 관련한 성공회의 경험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성공회 고교회 전통과 존 웨슬리가 강조한 전례 생활의 회복이다. 고교회 전통은 성공회 종교개혁 초기부터 초대 교회 연구를 통해서 전례 생활을 교회와 개인의 신앙과 밀접히 연결하려 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면서 예배는 형식적이 되었다. 성찬례 거행 횟수도 매우 적었다. 고교회 전통에 있던 웨슬리는 성찬례를 자주 거행하고 참여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웨슬리는 또, 개인의 신앙적 감동과 변화를 위한 설교를 중요시했다. 설교는 교리 해설이나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위한 복음의 가치와 도전을 담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둘째, 19세기 ‘옥스퍼드 운동’은 교회와 성직과 성사의 중요성을 되새겨 주었다. 이 운동에 따르면, 교회는 세속사회를 추종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거룩한 하느님의 영역을 지키고 확대해야 한다. 성직은 이를 위해 사도에게서 이어오는 봉사직이며, 성사 생활은 그 거룩함을 경험하고 확인하는 일이다. 특히 성찬례는 성사의 핵심으로써 신자 공동체와 성직자가 가장 중요하게 실천할 교회의 생명 활동이다. 이 운동은 교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나중에 중단되고 말았지만, 교회의 본질을 좀 더 깊이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셋째, 성공회 그리스도교 사회주의는 위의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19세기 당시 급격한 산업화로 비인간화하던 세태를 비판하고,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선교 사명과 실천을 제시했다. 이 주장을 따르면, 성찬례는 예수의 성육신 사건이 계속되는 표현이며, 우리가 하느님과 연합하는 통로이다. 이 성찬례에서 나누는 신자들의 친교는 모든 인류가 함께 이뤄야 할 형제애와 자매애의 초석이다. 그러므로 성찬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세상과 사회의 바른 변화에도 깊이 참여해야 한다. 이 운동은 현대 성공회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르침의 기초를 마련했다.

    넷째, 성공회 전례학자들의 전례 연구는 교회 일치 운동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 성서 연구, 초대 교회 전례 자료 번역과 연구, 다른 교단 학자들과 대화가 활발했다. 1930년대에는 매주일 성찬례 거행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이때야 비로소 주일 성찬례 거행이 성공회 신앙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그전까지 주일 예배는 대체로 아침기도식 예배였다. 성공회 베네딕토회 수도원장이었던 그레고리 딕스의 연구서 “전례의 형태”는 전례가 교회 일치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전례가 교리 문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행동과 사건을 기억하는 특별한 구조이자 행동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성찬례의 구조와 행동의 원칙에서는 일치하고, 교단마다 전례문을 개정하여 서로 대화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성공회의 이러한 경험과 공헌은 개인과 교회, 신앙과 전통을 대립시키던 흐름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신자 개인은 그리스도의 한몸 안에서 지체’라는 성서적인 비유와 가르침을 다시 확인했다. 이를 실제로 경험하는 통로는 함께 드리는 예배이며, 그 예배의 중심은 성찬례이다. 성찬례에 근거해서 교회에 대한 이해, 사목에 대한 이해, 신앙과 영성에 대한 이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세상과 사회에 교회가 참여하는 이유와 원칙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일치 운동과 대화가 더욱 활발해졌다. 20세기 천주교의 전례 쇄신과 뒤따른 개신교의 예배 쇄신은 이렇게 성공회의 오랜 경험과 전통에 연결된다.

    (성공회 신문 2011년 6월 25일)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11년 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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