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학 - 전례 포럼 » 자유 토론

  1. 우리 삶을 가꾸는 전례를 향하여 -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IALC) 참석 후기

    주낙현 신부(요셉, 서울 교구)

    저는 지난 8월 1일부터 6일까지 영국 캔터베리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소한 이 '협의회'를 간단히 소개하고, 이번 회의의 내용과 결과를 적은 뒤에, 이 회의와 별개로 영국 런던 방문 중에 얻은 몇 가지 사적인 경험과 배움을 나누겠습니다.

    1.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International Anglican Liturgical Consultation)

    이 협의회는 198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성공회 전통에서는 전례가 신앙생활의 기초입니다. 전례를 통해서 성공회의 전통을 쇄신하고 그 정체성을 세워나간다는 공감이 점차 커졌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성공회 각 관구가 처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전례를 통하여 신앙과 사목과 선교를 새롭게 하자는 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런던의 세계 성공회 사무소는 각 관구에 전례 관계 대표자를 파견하도록 요청합니다. 그 대표자들이 최우선 참가자들입니다. 그리고 각 관구와 교구 전례 위원회의 위원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 전례학회(Societas Liturgica)의 성공회 회원들 역시 이 협의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습니다. 별 문제가 없는 한, 2년마다 모입니다.

    이 협의회에 모인 전례 전문가들과 전례학자들은 세계 성공회의 전례와 성사 생활에 대한 신학적 원칙들과 사목적 지침을 연구하고 토론합니다. 그런 다음 그 결과 문서를 세계 성공회 협의회(ACC)에 보고하고, 각 관구 전례 개정의 지침으로 회람하도록 합니다. 지난 25년 여 동안 협의회는, “어린이와 영성체” “전례를 통한 신앙 형성” “전례의 토착화” “입교 예식” “성찬례 신학과 그 개정 원칙” ”교회와 성직” “전례와 성공회의 정체성” 같은 주제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문서를 펴냈습니다. 이 모임은 협의회인지라 그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세계 성공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 문서들은 세계 성공회의 많은 전례 전문가들이 모여 마련한 전례 신학 문서이기 때문에 현대 성공회의 전례 이해와 전례 개정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동안 한국 성공회는 이 협의회와 적절한 접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6년 전 회의에서 일본 측 참석자였던 가토 히로미치 신부님(현재 일본 도호쿠 교구 주교)이 아시아 교회, 특히 한국 성공회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환기했고, 그 이후에 제가 관여하여 2년 전 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성공회와 세계 성공회 전례 협의회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미국에서 전례학을 공부하면서, 인터넷에 성공회 신학-전례 포럼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전례 협의회의 문서를 부분적으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2년 전 뉴질랜드 회의에 처음 참석하자마자, 저는 아시아 참석자들에게 아시아 지역 성공회 전례 협의회에 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우선 한국, 일본, 필리핀 참석자들이 함께 모여서 신학 교육 안에서 전례 교육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올해 다시 만난 아시아 참석자들과 새로 온 홍콩 성공회 참석자들과 이 제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논의가 무르익으면 각 관구의 협조를 얻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 혼인 성사와 예식

    이번 회의의 주제는 "혼인 성사와 예식"이었습니다. 회의 주제는 세계성공회협의희(ACC)의 연구 요청이나, 관구 교회의 요청, 또는 협의회 운영위원회의 제안 등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지난 4년 전에 협의회부터는 사목 예식에 관심을 돌려서 "죽음과 관련된 성사와 예식"을 다루었고, 2년 전 뉴질랜드 회의에서는 "혼인 성사와 예식"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2년 전 논의의 연속이었습니다. 뉴질랜드 회의의 임시 보고서를 기초로, 혼인과 관련한 교회와 사회의 사목적 상황, 혼인성사의 신학, 그리고 혼인 예식의 구조와 의례 행동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계속했습니다. 2년 전 회의처럼 전례학자들의 관련 발표가 있었고 토론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번 회의의 발표자는 탄자니아 성공회 주교님과 영국 성공회 전례학자였습니다. 또한, 미국 성공회 ‘전례와 음악 상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서 미국 성공회가 검토하고 있는 동성애자의 시민적 결합 축복 예식안에 대한 열띤 논의도 있었습니다.

    이어진 토론과 연구는 2년 회의에서 임시 보고서를 발전시켜서 신학 문서를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세계 성공회 각 관구의 사회와 문화 상황을 존중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에 바탕한 혼인(결혼)의 신학을 어떻게 정리하고, 그 예식의 구조를 어떻게 제안할 지를 두고 깊고도 세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문서 초안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두고 지리한 논의를 거듭하는 회의였습니다. 이 논의를 모아서 문서 편집 모임이 최종안을 낼 것입니다. 이런 태도에서 얻은 경험과 배움이 컸습니다.

    일주일 간 계속된 회의는 꽉 짜인 틀의 반복이었습니다. 매일을 캔터베리 주교좌 성당에서 열리는 아침기도로 시작하여, 연이어 드린 협의회 만의 아침 성찬례, 정해진 발표와 토론, 다시 주교좌 성당으로 이동하여 수 백명의 참여자(대체로 관광객)와 함께 드리는 영국 성공회의 "노래 저녁기도"(이븐송)이 이어졌습니다. 기도와 전례에 실제로 참여하는 일은 내노라는 전례학자들에게도 피곤함을 잊게 하는 기쁘고 감동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시아 참석자들은 한국 성공회 성찬례(영문)로 주중 하루의 아침 미사를 함께 이끌었습니다.

    회의 마지막 날 아침 시간까지 공동성명서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채택된 공동성명서는 협의회 일정과 결과에 대한 진행 보고입니다. 당시 결의에 따라 그 내용을 세계 성공회 웹사이트에 게재했고, 우리말로도 번역하여 같은 곳에 올렸습니다. 우리 관구 웹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자신이 이번 회의에서 협의회 운영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쑥스럽고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참여하는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젊은 전례 연구자들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4년 간 2회기에 걸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운영위원회는 협의회 연구 주제를 기획하고 진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3. 몇 가지 사적인 경험과 배움

    회의가 열린 캔터베리로 가기 전에 나흘 먼저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런던 한인 교회를 방문하고, 영국 성공회 내의 새로운 교회 공동체 운동을 살펴볼 요량이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한인 교회 사목을 맡으시면서 영국인 교회에서도 사목하시는 김호관 신부님과 가족을 기쁘게 만났습니다. 런던 한인 교회의 초대로 주일 미사에서 설교도 했습니다. 저 자신이 미국에서 작은 한인 신앙 공동체를 돌보는 처지인지라, 또다른 이국 땅 런던에서 작은 공동체를 붙들고 분투하는 신부님과 신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다와 대륙을 건너 마련된 공동체 간의 연대 의식이 바로 우리 성공회의 가장 큰 힘인 것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작지만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신앙 공동체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김호관 신부님과 가족, 그리고 런던 한인 교회 여러분의 환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런던 교구의 "무트 공동체”(www.moot.uk.net)라는 새로운 선교 공동체를 만났습니다.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들을 통해 살피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약속을 잡고 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전례 모임과 잇따른 긴 대화에서 많은 고민과 희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무트 공동체는 성공회의 전례와 영성 전통에 바탕하여 시작한 실험적인 신앙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교회와 신학이 변화하는 문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사람들과 멀어지는 현실을 깊이 돌아봤습니다. 교회를 떠나는 젊은 세대가 실제로는 신앙과 영성에 대한 큰 갈망으로 떠돌고 있음을 알아채고 사람들의 이런 갈망을 함께 나누고 채울 대안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대안은 “성공회 전통의 성사적인 영성을 현대인과 나누며 살아가는 새로운 수도원적 공동체"입니다. 여러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니 이들의 의지와 투신이 선연하고 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7년 전에 출발한 이 공동체는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굽히지 않고 자신들의 선교 사명을 뿌리내리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공동체로서, 주중에는 커피숍을 운영하고, 영성 토론 모임과 매일 성무일도에 초대합니다. 주일에는 오후 늦게 모여서 밤기도 혹은 관상기도를 드립니다. 이틀 간의 짧은 경험과 대화 속에서, 이 공동체가 성사적 영성에 어떻게 접 근하며 실현하려 하는지, 그 선교적 지향이 분명한지에 대한 질문을 서로 던지며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대한 고민과 여러모로 겹쳤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이같은 새로운 공동체의 선교 방향과 그 성사적인 삶에 대한 논의가 깊어졌으면 합니다.

    체험과 배움이 있어 여러 신앙의 벗들과 나누는 일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이런 기쁜 일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신앙의 순례길에서 만난 여러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음을 다하여 격려해주시고 후원해 주신 몇몇 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고맙습니다. 귀한 지면을 허락해 주신 [성공회 신문] 관계자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성공회 신문 9월 10일, 9월 24일, 6면)

    "Tradition is living faith of the dead, Traditionalism is dead faith of the living."
    2011년 10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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